‘사업자선정지침’.
주택관리업자와 관리를 하면서 필요한 유지보수 및 공사 등을 위한 사업자 등을 선정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 국토교통부의 고시다. 7개의 장으로 구성된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선정지침’이 아파트 관리에 미치는 영향력은 실로 막강하다. 법적 한계와 엇갈리는 판례 등의 이견에도 불구하고 전국 아파트단지의 주택관리업체와 용역, 공사업체 선정에 전반적으로 적용되므로 공동주택 관리문화나 이해관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은 2010년 7월 6일 처음 제정됐다. 제정 2년 후인 2012년 9월부터 매년 2~3차례의 개정을 거쳐 모두 10차례 개정됐다. 대표적인 게 2013년의 ‘적격심사제’ 개정이었다. 정부가 내건 사업자선정지침의 취지는 ‘주택관리업체 등의 선정을 경쟁입찰에 의하도록 함으로써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려는 의도’였다. 이 취지가 현실에서 맞게 반영되지 않았기에 처음 규정했던 ‘최저낙찰제’ 방식을 ‘적격심사제’로 개정했다. 이후 국토부 명칭 변경에 따른 개정을 포함해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 민간전자입찰시스템사업자지정 등 하나하나 추가돼 바뀌었다.

올해는 공동주택관리법이 시행되는 첫해이기에, 특히 이에 맞춰 관련 업계에서는 ‘실질적 최저낙찰제’로 운영되는 사업자선정지침 폐지 또는 개정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래서 그 어느때보다 그 변화 여부에 관심이 높았다.

마침 국토교통부가 지난 2일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선정지침 일부 개정안’을 행정예고 했다. 국토교통부는 개정안의 주요내용으로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을 거쳐 적격심사제 또는 최저(최고)낙찰제 적용 ▲입찰서 투찰시 전자입찰 방법 추가 ▲공사 및 용역업자 선정시 입찰가격 상한 공고 조건추가 ▲선정시 사업실적 인정범위를 입찰공고일에서 입찰서제출 마감일로 변경 ▲입찰시 산출내역서에 인건비 등 산정기준 포함 의무화 등을 담았다.

개정안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변화 요구에 반응이 없다’고 밖에 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현행 관리규약 방식과 다를 바가 없어 이번 개정이 큰 의미가 없다는 반응이다.

대한민국의 근간은 자유로운 시장경제다. 또한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체제에서 필요한 통제는 ‘고도의 공익적 목적’에 한할 뿐이다. 그리고 그 제한도 필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사업자선정지침은 이런 전제 속에서 투명해야 하며 합리적이어야 한다. 합당한 사업자가 선정될 수 있는 ‘적격심사제’가 바탕이 돼야 한다. 단순히 ‘최저낙찰제’를 지향한다면, 공동주택 입주민들에게는 가격이 다소 높더라도 만족스런 용역을 제공하는 업체를 택할 선택의 자유는 상실하는 것이다. 아울러 단지의 실정에 적합한 더 나은 선택의 길이 원천봉쇄되는 것이다.

그래서 기존 사업자선정지침에서는 적격심사제가 원칙이 됐고, 최저가낙찰제는 관리규약의 근거가 있는 경우에 채택할 수 있는 보충적 선정방식으로 변경됐던 것이다. 오히려 사업자선정지침의 핵심은 ‘적격심사제 표준평가표’다. 불합리한 기준과 보편적 타당성을 잃은 내용 투성이다. 여기에는 하등의 변화가 없다.

도대체 합리적 변화는 언제쯤에나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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