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드라인(guideline).’
지침 또는 안내선이란 뜻이다. 일상에서 많이 쓰는 단어지만 특히 정부의 정책이나 시책 따위의 지침을 주로 가리킨다. 민간에 대해 일정한 수치나 범위를 제시하고 이것을 지키도록 정책적으로 지도함으로써 정책효과를 거두는 것이다. 강제성이 없는 일종의 권고사항이지만 공공부문의 경우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의해 크게 영향받기도 한다.

고용노동부가 4일 아파트 경비원 등 감시·단속적 근로자의 근로시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감시·단속 업무 종사자의 근로시간과 휴게시간을 규정한 가이드라인은 처음이다.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경비원에게 충분한 휴식시간을 보장하고, 임금을 줄이기 위해 휴게시간을 늘리는 등의 편법적 행태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감시·단속 근로자’는 아파트 경비원 등 감시 업무를 하는 근로자와 아파트 전기 기사 등 간헐적·단속적으로 근무하는 근로자를 말한다. 단속적 근로자는 근로의 제공이 끊어졌다 이어지는 등 간헐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휴게시간이나 대기시간이 많아 노동의 밀도가 낮고 육체적 피로나 정신적 긴장이 적은 업무에 종사하는 자를 의미한다. 그동안 감시·단속 업무 종사자는 휴게시간이나 대기시간이 많은 업무특성상 근로시간을 둘러싼 논란이 꾸준히 있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근로계약에서 형식적으로 휴게시간을 규정하더라도 제재나 감시·감독 등에 의해 근무장소에서 강제로 대기하는 시간은 근로시간으로 분류된다. 화재, 외부인 침입 등으로 인해 ‘휴게시간 도중 돌발상황 수습을 위해 대응한 시간’도 근로시간으로 인정된다. 휴게시간은 ‘근무장소에서 쉬더라도 근로자가 스스로 휴게장소를 선택하는 경우’, ‘사용자의 지휘·감독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이용이 가능한 시간’ 등으로 규정했다. 그리고 사업주는 정당한 이유 없이 근로자를 해고해서는 안 되며, 임금인상 회피 등을 목적으로 휴게시간을 과다하게 부여하거나 편법으로 운영해서도 안 된다.

아파트 경비원들은 ‘사회적 약자’다.

이들의 낮은 임금과 처우 개선은 끊임없이 제기돼 왔던 사안이다. 이 사회가 풀어야 할 ‘숙제’다. 그래서 이번 고용노동부의 가이드라인 발표는 의미 있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가이드라인은 법이 아니다. 강제성이 담보되지 않는다.

이들의 임금 현실화에 대해 정부가 지원을 하는 것도 아니다.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고용부의 대책과 복안은 현장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겠다는 수준이다.

아파트 경비원들의 월급은 관리비에서 나온다. 문제됐던 처우 논란 및 입주민들의 많은 ‘갑질’ 일탈 행동들이 가이드라인으로 해소되진 않는다. 또한 우리는 매년 최저임금 인상으로 벌어지는 현장에서의 ‘인력 감축 편법’ 등을 본다. 근로자 입장에서 반겨야 할 ‘임금 인상’이 현장에서는 원치 않는 ‘퇴행적 부메랑’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경비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선 근무제 변경 같은 실질적 조치가 필요하다. 현재의 규정에서 관리비를 올리지 않고 이런 변화가 가능할까. 우선 내가 받는 ‘관리 서비스’에 대해 합리적이고 적당한 대가를 지급한다는 인식과 문화가 확산돼야 한다. 그리고 제도의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 ‘사실상 최저낙찰제’와 같은 현재의 사업자 선정지침 적격심사제에선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만든다고 한들 경비원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보다 높은 관리의 질을 담보하기 힘들다. 함께 바꿔야 한다.

저작권자 © 아파트관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