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으로 나라가 시끌시끌하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일명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의 시행령안을 입법예고했다. 이 법안의 시행을 두고 말들이 많다. 공직자 등은 3만원 이상의 식사 대접을 받으면 ‘과태료’를 물게 된다.

과태료(過怠料). 사전적 의미로 공법에서 의무 이행을 태만히 한 사람에 벌로 물게 하는 돈이다. 재산형에 해당하는 벌금이나 과료와 달리 과태료는 형법상 형벌이 아니다. 과태료는 주택법이나 사업자 선정지침 위반 등 광범위하게 적용된다.

그런데 이 과태료 때문에 ‘공동주택 관리업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합리적인 행정벌을 넘어 업계의 등을 휘게 할 만큼 지나치게 많아서다.

공동주택 관리업계가 불합리한 제도개선의 첫손으로 꼽는 게 ‘과태료 남용’이다. 게다가 잘못을 했다면 행위자가 처벌을 받아야 하지만 권한을 행사한 행위자는 처벌하지 않고 주택법상 계약주체가 ‘주택관리업자’라는 명분을 들어서 ‘주택관리사업자’를 상대로 과태료 처분을 남발하고 있어 더욱 불공평하다는 주장이다.

지난해는 한국주택관리협회가 ‘과태료 남용부과에 따른 주택법 개정 요구 서명’을 업계관련자 수 천명의 연명으로 제출하기도 했다. 당시 한주협은 ‘공동주택 과태료 특별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지자체가 국토부 장관 고시를 근거로 주택관리업체에 부과하는 과태료의 타당성에 대해 검토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관리주체에 내려지는 과태료 처분의 80% 이상이 ‘공사 및 사업자 선정’과 관련한 사안이다. 관리업계는 국토부의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에 따라 입주자대표회의 의결 없이 임의로 집행할 수도 없고 실질적 집행권자는 관리소장임에도 ‘주택법상 관리회사만을 포괄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을 두고 있어 불공평하다’는 입장이다. 현실적으로는 입대의의 의중에 따라 관리소장이 사업자를 선정하고 있다는 점도 이유로 든다.

언론 등에서 ‘비리’를 거론할 때마다 각 지자체들은 앞다퉈 아파트 특별감사를 실시한다. 그리고 규정에 맞지 않는 사항이 나올 경우 무소불위의 ‘전가의 보도’를 휘두른다. 일단 과태료를 ‘때려놓고’ 본다. 최대 수백만원에 이르는 과태료 부과를 남발하는 것이다. 당하는 입장에선 답답하다. 과태료 처분이 급증하다보니, 과태료 처분에 불복해 이의를 제기하는 등 소송비용 또한 늘고 있다.

이런 때에, 여러 개의 주택법 위반사실에 대해 여러 개의 과태료를 부과한 지자체의 결정을 번복하고 한 개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사실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현행 주택법 시행령에선 ‘위반행위가 둘 이상인 경우 중한 과태료 하나만으로 부과’하도록 돼 있다. 국토부에서도 이런 사실을 각 지자체에 알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법원의 결정이 나왔다. 이번 판결에서는 ‘국토부 지침 위반’이라는 전제 하에 ‘과태료 부과방식의 위법성 주장’을 받아들인 것뿐이다. 그렇지만 여러 개의 주택법 위반행위에 대한 과태료 부과기준을 확인한 사례로서 의미 있는 결정이다.

국가나 지자체는 처벌을 목표로 하는 조직이 아니다. ‘공적 강제’를 하더라도 명확한 기준을 갖고 단계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보여주기 식의 처벌 남발이나 아파트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행정권한 남용은 자제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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