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 관리와 관련한 비리와 부조리가 실질적으로 입주민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나타나면서 국회와 정부에 이에 대한 대처를 신속히 마련해 달라는 민원이 지속적으로 접수됐다. 이에 국회는 투명한 관리와 비리 차단을 목적으로 지난 2013년 말 주택법을 일부개정해 외부회계감사 시행을 의무화하는 조치를 취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외부회계감사 의무화는 제도 도입 초기부터 많은 반발을 불러왔으며 결과적으로 큰 효과 없이 관리비 상승 요인만 만들었다는 여론에 휩싸이게 됐다. 그동안 자율적으로 시행해오던 외부회계감사가 의무화되고 외부회계감사를 주도해 온 한국공인회계사회에서 공동주택 회계감사시 최소 감사시간을 100시간으로 맞춰 이를 준수할 것을 요구하는 공문을 각 회계사들에게 보냄에 따라 공동주택의 외부회계감사 비용은 기존보다 2~3배 상승했다. 이렇게 외부회계감사 비용은 상승했으나 감사보고서는 기존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으로 나오고 있어 비용을 부담하는 입주민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형편이다. 또한 회계사들도 한국공인회계사회에서 요구한 100시간의 공동주택 회계감사 시간 준수를 이행코자 한다면 기존의 비용으로는 이를 지킬 수 없어 계약을 파기하는 경우도 있다는 사실을 토로했으며 업무가 밀리는 연말, 연초에는 공동주택 회계감사를 실시하기 어렵다는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이노근 의원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 7월말까지 전국 16개 시·도 아파트의 외부회계감사 완료율은 약 16%에 그치고 있으며 계약을 준비 중인 곳이 약 8.5% 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올해 외부회계감사 마감시한을 3개월 정도 남겨놓은 상태에서 발표된 것이라 관리 관계자들의 우려를 낳게 하고 있는 사안이다. 이에 (사)전국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연합회 관계자는 “무리한 추진보다는 외부회계감사의 실효성과 효율을 생각해 제도를 연기하는 것을 고려하는 것이 옳지 않겠나”라는 의견까지 제시하고 있다.

이제 외부회계감사 기한은 며칠 남지 않았다. 지난 7월 말까지 외부회계감사를 완료한 현황을 살펴보더라도 기한 내에 외부회계감사를 모두 완료하기란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정부는 외부회계감사를 기한 내에 마치지 못한 단지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미리 준비를 해야 할 것이며, 촉박한 기한에 쫓겨 부실한 감사가 있었는지 확인하는 작업도 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외부회계감사 의무화가 다소 무리한 정책이었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는 지금, 외부회계감사 미완료로 대대적인 과태료 부과 사태가 발생한다면 정부에 대한 신뢰감은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처음 실시한 외부회계감사 의무화에 대한 결과를 바탕으로 입주민들의 목소리를 정확히 판단해 현실에 맞는 제도를 마련해주길 바란다. 이번 외부회계감사 의무화 결과에 대한 분석과 앞으로의 대응이 미흡하다면 국토부가 관리비리 척결을 위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던 내용은 사라지고 비용 대비 효율이 낮은 제도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외부회계감사 의무화는 투명한 관리, 효율적인 관리를 이뤄 입주민의 권익을 보호하고 쾌적한 주거환경을 만들기 위한 제도다. 이 목적이 퇴색되지 않도록 정부는 이번 시행 결과를 면밀히 분석하고 입주민들의 의견을 겸허히 수렴해 진정으로 입주민을 위한 제도로 외부회계감사가 거듭나길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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