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에서 필요한 제반 용역과 공사는 선정과정과 집행에 투명성이 확보되지 못해 그동안 수많은 비리와 갈등이 생겨나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었다. 이에 정부는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을 마련해 선정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해 비리와 갈등의 원천적인 차단을 이루고자 했다. 하지만 이 지침은 많은 입주민과 전문가, 학자들에게 관리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투명성 확보에 미진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또한 이 지침은 원 목적을 달성하기 보다는 과도한 규제로 인해 입주민의 자율성을 해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정부가 공동주택 관리와 관련해 그동안 비리의 온상처럼 여겨졌던 각종 업체선정 과정에 투명성을 확보한다는 목적은 앞으로 주택관리 문화의 초석을 다진다는 점에서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것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정부는 여러 제도를 도입하기도 하고 규제를 만들기도 하며 노력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제도와 규제를 만들면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부분이 있다. 그것은 공동주택이란 다양한 입주민들이 스스로의 판단으로 삶을 영위하는 곳이며 사회 상규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율적으로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정부는 입주민의 자율성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제도와 규제는 깊이 있는 논의와 의견수렴을 거쳐 마지막까지 입주민을 위한 제도인가 확인하는 치밀함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에서는 비리와 갈등 해소를 위한 정부의 노력은 보이지만 그것이 진정으로 입주민을 위한 깊이 있는 논의가 있었는지 판단하기 힘든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번에 행정예고된 내용을 보더라도 많은 입주민들과 전문가, 학자들은 적격심사 표준평가표 평가항목에 대해 부족함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입주민이 필요로 하는 관리능력보다는 입찰가격에 좌우될 수 있는 부분이 더 크게 부각된다는 점에 대해 대부분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또한 입주민이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는 방법도 그다지 많지 않아 이에 대한 보완이 시급하다고 의견을 모으고 있다. 이에 지난 8월 31일자 본지 제1069호 사설에서 제시했던 것처럼 정부는 다양한 표준평가표를 확보해 입주민이 자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율을 규제하기 보다는 입주민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조건과 환경을 제시하고 큰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택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공동주택 관리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제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이 시행된지도 만 5년이 지났다. 정부가 공동주택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비리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내놓은 정책이 새로운 변화를 맞아야 할 시기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시기에 정부는 정책과 제도를 정비하기에 앞서 가장 기본적인 부분을 다시 한 번 고민하기 바란다. 앞서 밝혔듯이 입주민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입주민의 자율성을 해치지 않는 방법이 무엇인지 심사숙고 해주길 바란다. 비리 차단, 갈등 해소라고 하는 것은 최종적으로 입주민을 위한 것이기에 모든 제도와 정책의 목표는 입주민의 쾌적한 주거생활에 맞춰져야 할 것이다.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이 행정예고돼 전면개정을 앞두고 있는 지금, 진정으로 입주민을 위한 선정지침으로 새롭게 변화할 것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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