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이 시행되고 난 후 최저낙찰제로 인한 부작용이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중소 위탁관리회사에서 실적을 쌓기 위한 방편으로 ㎡당 0원, 1원의 위탁수수료를 제시해 제 살을 깎아먹는 입찰이 나타났으며 입주민들은 위탁수수료보다는 관리회사의 능력이나 서비스가 좋은 업체를 선택하려 해도 최저낙찰제라는 제한 때문에 마음대로 위탁관리회사를 선택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러한 현상이 곳곳에서 펼쳐지자 정부는 ‘적격심사제’를 도입했으나 표준평가표의 적절한 배점이 미흡해 입주민들의 불만이 커졌다. 개별 공동주택의 상황이 모두 다른 현실에서 일률적인 표준평가표를 적용해 적격심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 입주민이 원하는 업체를 선택하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또한 표준평가표를 가지고 업체를 평가할 때 업체의 업무능력과 관리 노하우를 평가할 수 있는 항목의 배점이 낮아 변별력이 떨어지고, 입찰가격에 대한 배점이 높아 적격심사제라기 보다는 최저낙찰제의 변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번에 정부가 그동안 제기됐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정지침의 전부개정안을 행정예고했지만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최저낙찰제의 변형이라는 오명은 벗어내지 못하고 있다. 이번 행정예고된 내용 중에 입찰가격의 배점이 30점에서 40점으로 크게 상향된 점이 그것이며, 단지 특성에 맞는 관리를 펼칠 수 있는 사업계획의 적합성(3점), 지원서비스 능력(2점) 등 관리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항목은 너무 낮게 배점해 변별력을 떨어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전부개정안에 대해 관련 전문가들은 대부분 표준평가표의 다양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주거문화연구소 김정인 박사가 제시한 것처럼 정부는 평가항목에 대한 다양한 구성을 만들고 이를 제시하면 입주민들은 해당 단지에 적합한 내용을 골라 단지별로 적합한 심사표를 만들 수 있도록 자율성을 줘야 한다는 의견은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입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단지 특성에 맞는 관리를 해줄 수 있는 업체를 원하는 것이지 단순히 위탁수수료가 싼 것만을 원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두성규 연구원이 밝힌 것처럼 입주자대표회의나 관리주체가 적격심사제 도입취지를 정확히 인지하고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기준과 평점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정부가 다양한 모델과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도 똑같은 의미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현재 적격심사제에 필요한 것은 현실의 다양한 공동주택에 맞는 여러 가지 모델의 표준평가표 확보와 입주민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입주민이 쾌적한 주거환경을 위해 관리 노하우를 갖춘 업체를 선정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배점 항목을 만들어 해당 단지의 특수성을 반영한 평가표를 작성할 수 있도록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야 한다.

이런 바탕을 만들어 입주민들의 자율성을 확보하는 것이 공동주택의 전문관리, 관리의 투명화를 이루는 밑바탕이 될 수 있다. 단순히 가격경쟁뿐이 아니라 전문관리, 입주민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관리를 수행할 수 있는 업체를 걸러낼 수 있는 다양한 평가표의 준비가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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