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살아난 인생
- 서울 강서구 A아파트 / 입주민 B씨
나는 올해 74세로 혼자 살고 있다.
나이 든 사람이 가족 없이 혼자 산다는 것은 너무 외롭고 힘든 일이다. 특히 몸이 아플 때는 더 그렇다.
지난 2013년 10월 말, 내가 집에서 거의 의식이 없는 상태로 발견됐다는데 마치 잠을 자다가 일어난 것처럼 아무 기억이 없다.
추석이 지날 즈음 입맛이 없어 식사를 거의 못 하고 두문불출 물만 먹었던 기억은 있는데, 어느 순간부터 필름이 끊어진 듯 생각이 나지 않는다.
온 집안이 잔뜩 어질러져 있고 아무것도 못 먹은 채 거의 의식불명 상태로 이웃에게 발견된 나는 주거복지상담사와 복지관 덕분에 다시 이렇게 살아났다. 너무도 감사한 일이다.
나중에 들으니, 발견 당시 구급차가 와서 병원으로 응급 후송해야 한다고 하자 내가 안 간다고 고집을 부렸다고 한다. 당시 수급자가 아니어서 궁핍하기 이를 데 없어 무의식적으로 병원비를 걱정했던 것 같다.
그날 이후 주거복지상담사가 매일 찾아와 안부를 확인했고 복지관을 통해 죽을 전달받았다. 처음 며칠간 물과 미음만 겨우 넘길 정도로 아팠을 때는 매일 집에 오는 사람이 누군지도 몰랐는데 점차 기력을 회복하니 그 사람이 주거복지상담사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
주거복지상담사는 기초생활보장수급자 서류를 챙겨 대리 신청해주고 복지관 자원봉사자와 함께 방문해 집안 대청소도 해줬다.
요즘은 건강이 회복되고 기초생활보장수급자로 선정돼 큰 걱정이 없다.
가끔 탑골공원에 나가 또래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도 하고 소일거리 삼아 지하철 노인 택배 일도 한다.
지금도 일주일에 한 번씩 행복반찬선물세트를 들고 희망돌보미들과 함께 찾아와 주는 주거복지상담사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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