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공동주택이라는 주거형태가 생겨나고 국민의 과반수가 공동주택에 거주하고 있지만 오랜 시간 동안 공동주택 관리는 건설과 공급에 밀려 효율적인 관리를 저지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달 공동주택관리법 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관리를 펼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관리업 전반에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관리자들에게 주어진 권한 없는 의무에 대한 부분은 해결이 되지 않고 있어 여러 문제를 낳고 있다. 많은 시간 동안 관리자들은 전문적인 관리, 체계적인 관리를 해야 한다는 의무가 주어지는 것에 대해 권한도 같이 주어져야 목표한 전문관리, 체계적 관리를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현실은 부적절한 관리행위가 이뤄졌을 때 이를 저지할 수 있을 만한 제도적 장치가 미흡하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돼 왔다.

최근 수원지법에서 내린 판결을 보면 이와 같은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수원지법은 아파트 경비용역업체 선정과정에서 입주자대표회의가 임의로 정한 낙찰예정가격을 기준으로 최저낙찰자를 낙찰자 선정에서 배제한 것에 대해 위탁관리회사의 잘못이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위탁관리회사는 입주자대표회의가 주택법령의 위임에 따라 제정된 사업자 선정지침에 반하는 내용으로 각 입찰에 관여하려고 할 때 적절한 조언을 통해 그러한 시도를 저지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등한시 했다며 위탁관리회사의 잘못을 지적했다. 이런 재판부의 판단은 원론적으로 옳은 것이라 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무엇인가 답답한 느낌을 배제할 수 없다. 한 단지의 관리책임을 맡고 있는 위탁관리회사와 관리소장이 소신껏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관리업무를 펼치고자 하지만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강력히 자신들의 주장대로 관리업무를 이끌고자 할 때 이를 적절히 조화시키는 것은 어려운 점이 많고 이런 문제는 현재 여러 단지에서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제도적 뒷받침 없이 관리자와 위탁관리회사의 능력으로 해결하라고 하는 것은 너무 과도한 요구라는 생각이 든다.

본지는 제1057호(2015년 6월 1일자) 기사에 일부 아파트이기는 하지만 입주자대표회의의 요구로 관리소장이 수시로 교체된 사안에 대해 보도한 바 있다. 이런 현상은 극히 일부에서 나타나는 것이지만 부적절한 관리개입에 대해 제도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기에 발생하는 사건이라 볼 수 있다.

이번 공동주택관리법 제정안에는 관리소장에 대한 입주자대표회의의 부당간섭이 있을 경우 지자체에서 사실조사 및 시정명령을 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겠다고 한 것이 있다. 이것은 앞서 제기한 여러 문제점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제시된 것이기에 많은 기대를 갖고 있다. 지자체가 공동주택 관리에 대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무조건 관리자와 관리회사에 과징금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사실조사를 통해 원인과 과정을 살펴 합당한 대상에게 행정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어서 지금보다는 효율적인 관리가 이뤄지리라 예상된다.

사람들의 인식과 관념이 쉽게 변하지는 않겠지만 현실을 정확히 파악한 합리적인 제도를 통한다면 분명히 상황은 개선될 것이라 생각한다. 공동주택 관리가 보다 효율적이고 전문적으로 바뀔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제도의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니만큼 정부와 공동주택 관리 관련자 모두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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