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마을공동체 이야기

사람과 사람을 잇는 텃밭 가꾸기
- 서울 동대문구 A아파트 / 관리소장 B씨
우리 아파트는 지역 재개발로 삶의 터전을 옮긴 입주민들이 이주한 재개발 임대아파트다.

입주민 대부분이 젊은 시절부터 이곳에 터를 잡아 다른 지역에 비해 노인 가구의 수가 월등히 많고 홀몸노인, 한부모 가정, 차상위계층 등 사회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은 이웃들이 많이 살고 있다. 그래서 인접한 분양아파트 입주민들과의 갈등, 높은 자살률 등 안팎으로 어둡고 우울한 생활이 이어지고 있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입주민 대표 C씨가 입주민들이 공동으로 해볼 수 있는 것을 모색하던 중 마침 서울시에서 마을공동체 사업을 추진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입주민들과 의견을 모았다. 그 결과 남녀노소 입주민들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텃밭을 만들기로 결정했고, 서울시 마을공동체 추진부서에 제안서를 제출했다.

입주민들의 바람대로 서울시로부터 마을공동체 텃밭 가꾸기 시범단지로 선정돼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지난해 1월부터 서울도시농업네트워크의 주최로 영농 강의를 받았고, 마지막 날 수료증 전달식도 시행했다. 연세 높은 할머니들도 열과 성을 다해 강의를 들을 만큼 배움의 열기가 뜨거웠다.

마을 입주민들이 모여서 시농식을 하고 풍년 기원제도 드렸다. 추첨을 통해 각자의 텃밭을 정하고 본격적으로 영농을 시작했다. 영농 교실에서 배운 지식을 공유하면서 상추와 가지, 치커리 등의 채소를 심었다. 아직은 서툴지만 저마다 의지를 갖고 텃밭을 가꾸는 모습을 보니 조만간 큰 결실을 볼 것 같았다. 그동안 찾지 않던 배드민턴장이 모두가 찾는 즐거운 일터가 됐다. 어느덧 새싹이 자라나는 싱싱한 텃밭을 바라보는 입주민들의 얼굴엔 함박웃음이 피어났다.

이렇듯 우리 아파트는 많이 달라졌다. 주위를 둘러보니 배드민턴장 가장자리에 풀 대신 상추며 콩 등이 심어져 있고, 단지 앞 주차장에는 예쁜 꽃이 환하게 웃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아파트 경로당 옆 자투리 공간에는 노지텃밭과 화단을 만들고 텃밭 상자와 연결하는 산책길을 조성했다. 이 길을 따라 인근 유치원에서도 현장학습을 나오고 입주민들도 산책을 즐기고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그동안 힘이 없어서 못 한다고 생각했던 일들도 모두가 힘을 합하면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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