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이 우리나라의 대표적 주거형태로 자리잡은 지금, 공동체 문화 형성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나 하나만 살아가는 개별공간이 있지만 이웃과 함께 사용하고 함께 공유하는 공간도 공동주택에 존재하는 만큼 서로 협력하고 이해해야 하는 일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하지만 급속한 변화와 발전에 미치지 못하는 공동체 의식은 현재 공동주택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공동체 의식을 뿌리내리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많은 홍보와 교육을 통해 노력하고 있지만 입주민들에게 공동체 문화가 형성되기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사람들의 의식이 변화하는 것은 특별한 계기를 통해서 이뤄지기도 하지만 그 의식이 습관처럼 몸에 배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정책을 보면 차근차근 시간을 두고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기보다는 규제와 단속으로 빠른 효과를 보려고 하는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규제와 단속은 일시적으로 큰 효과를 보기는 하나 지속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나름대로 각자의 생각을 가지고 살아온 사람들의 생각과 의식을 바꾼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4일 서울시는 아파트 관리분야에 투명성과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 ‘아파트 관리분야 7대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민간의 자율에 맡긴 관리는 한계가 있어 시가 적극적으로 나서 문제를 해결하고 입주민들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내용을 살펴보면 아파트 관리 3대 주체의 역할 재정립, 관리품질 등급표시제 마련, 협동조합·사회적 기업 양성 등 새로운 관리기법 도입, 커뮤니티 예산편성 의무화·아파트 코디네이터 운영, 공동주택 박람회 개최, 공동주택관리지원센터 상설화, 온라인투표 확대 등이다. 서울시는 7가지 혁신방안에 대한 세부적인 계획도 세워 앞으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겠다고 했지만 이 혁신방안이 헌법이 보장한 입주민의 사유재산권을 무리하게 제한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생긴다. 공공의 복리를 위해 어느 정도의 조정과 규제를 가하는 것이 오늘날의 추세이기는 하지만 사유재산에 대한 관리, 처분은 소유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맡기면서 소유자가 공공의 복리를 생각할 수 있도록 간접적인 방법을 통해 제한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이번에 서울시가 발표한 혁신방안에 따르면 공동체 문화 형성을 위한 지속적인 홍보와 계도를 추진하기 보다는 단기간에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방안이 주를 이뤄 답답한 느낌이 들게 한다. 공동체 문화 형성을 위해서는 중·장기적인 계획과 단기적인 계획이 조화를 이뤄야 하는데 중·장기적으로 힘써야 할 교육과 홍보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없어 안타깝다.

반면 이번 서울시의 혁신방안은 비리와 부패로 인한 입주민 피해를 없애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어서 반길만하다. 또한 이를 추진하기 위한 세부계획도 철저히 세워져있어 그동안 부족했던 아파트 관리의 공공성, 투명성을 확보하기에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너무 빠른 효과만을 바라보고 정책을 운용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입주민의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면서 무리한 정책을 운용하기 보다는 조화를 이룬 정책을 실행해주기 바란다.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국민적 합의가 있은 후에 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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