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 뿌리내린 ‘귀화식물’

▲ 지난 1980년대 한국에 도입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아까시나무(상좌), 공해에 강해 도시 어디에서나 잘 자라는 서양민들레(상우), 나라를 망하게 하는 꽃이라는 이름의 개망초(하좌), 독성이 있는 미국자리공(하우)
한반도에서 뿌리내린 귀화식물
5월은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눈의 피로가 치유되는 녹음이 짙어지는 계절이지만, 조경에 많은 공을 들이는 아파트의 경우 생태계 교란식물들과 한껏 전쟁을 치러야 하는 때이기도 하다. 따뜻한 날씨에 마침 봄비까지 추적추적 내리니 한반도에 뿌리내린 나무와 풀들은 하루가 다르게 자라난다.

주변을 둘러보면 미국쑥부쟁이나 서양민들레, 일본목련처럼 미국, 서양, 일본과 같은 단어가 붙은 식물들이 유독 눈에 띈다. 식물의 이름에서도 나타나듯이 다양한 경로로 외국에서 우리나라에 들어와 토종식물들과 경쟁하며, 적응해 가는 식물들을 우리는 ‘귀화식물’이라고 말한다.

민들레의 경우 우리나라 토종인 민들레가 있고 귀화식물인 서양민들레가 있는데, 우리나라 민들레는 공해에 약해 공장과 자동차 등이 많은 곳에서는 점점 사라지고 그 자리에 공해에 강한 서양민들레가 자리 잡고 있다. 토종민들레와 서양민들레는 꽃이나 잎의 모양이 비슷해서 구분하기가 쉽지 않지만 꽃받침이 위쪽으로 모여 있으면 민들레, 아래로 뒤집혀 있으면 서양민들레로 구분할 수 있다.

길고 가늘게 자라며 줄기 끝에 노랑 꽃술에 흰 꽃잎이 계란을 닮았다 해 계란꽃으로 불리는 개망초와 아까시나무(또는 아카시아나무)도 귀화식물에 속한다. 개망초는 우리나라가 식민지 시절에 철도부설공사에 쓰인 침목을 따라 흐드러지게 펴 ‘나라가 망할 때 폈다’는 뜻으로 개망초라는 좋지 않은 이름이 붙었다고 알려져 있다.

초여름 탐스러운 하얀 꽃으로 나무를 하얗게 물들인 아까시나무 또한 유럽이 원산지인데 일제강점기가 시작되기 전 지난 1880년대 우리나라로 들어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아까시나무는 뿌리로 번식하는 모듈성이 강해 땅속에 뿌리만 남아 있으면 다시 살아날 만큼 생명력이 강해 당시 황폐해진 산을 긴급히 녹화시키기 위해 전국에 심어졌다. 지금은 목재로서의 활용도가 우수하고 밀원식물로서 꿀의 생산량이 가장 높은 식물 중 하나이며, 뿌리 발달이 좋아 산사태 우려가 있는 지반이 약한 곳에서 지반을 받쳐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우리에게 이로운 귀화식물이 있는 한편 반대로 해가 되거나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귀화식물도 우리 주변에 상당수 있다.

가시박의 경우 빠르고 넓게 퍼져 다른 식물들이 살 수 없도록 덩굴로 덮어버리기 때문에 문제시 되고 있고, 돼지풀과 단풍잎돼지풀은 꽃가루에 알레르기 물질이 있어 비염을 일으키며 호흡기질환을 유발하는 등 인간에게 해를 입힌다. 이러한 식물들을 ‘생태계 교란식물’이라고 말하며, 대부분의 경우 성장속도가 너무 빨라 토지를 빠른 속도로 장악하고 자생식물들의 공간을 침범하거나 광합성을 방해한다. 워낙 번식력이 뛰어난데다가 서식 면적까지 넓어 그동안 숱한 제거작업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이에 환경부는 토종 동식물의 생태계를 위협할 우려가 있는 생태계 교란식물들을 지정해 집중관리하고 있다. 돼지풀, 단풍잎돼지풀, 서양등골나물, 털물참새피, 물참새피, 도깨비가지, 애기수영, 가시박, 서양금혼초, 미국쑥부쟁이, 양미역취, 가시상추 11종이 이에 해당된다.

만일 주변에서 생태계 교란식물을 발견한 경우 꽃이 피기 전이라면 식물을 뿌리째 뽑아 흙을 제거한 뒤 다시 뿌리를 내릴 수 없도록 제거하는 것이 개체 수를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
반대로 꽃이 핀 경우라면 씨앗이 퍼지지 않도록 조심히 제거하거나 그대로 두는 것이 나을 수 있다.

바야흐로 세계화 시대에 여러 이유로 많은 동식물들이 외국에서 들어오기도 하고 외국으로 나가기도 하는 상황 속에서 우리나라 고유의 생태계를 잘 보존하기 위해서는 한반도에 자생하는 자연에 대해 보다 더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이 절실한 때이다.

글/사진 생태안내자 임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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