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현대사는 급격한 변화와 성장으로 표현된다. 산업혁명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서방세계는 2~3백여년 동안 사회와 문화, 경제 등 다방면에서 발전과 변화를 이뤘지만 우리나라는 한국전쟁 이후 60여년만에 서방세계와 견줄만한 변화를 이뤄낸 것이다.

이렇게 빠른 변화와 성장을 사회 전반에서 일궈낸 우리나라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보기 힘든 대단위의 아파트라는 주거문화를 창출해냈다. 우리나라의 아파트는 좁은 국토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효율적인 주거를 만들기 위해 생겨난 것이지만 농경사회를 기반으로 한 문화가 바탕에 깔려있던 환경에서 너무나 빠른 생활상의 변화로 인해 다양한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주거형태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아파트에서 이런 문제점들을 얼마나 빨리, 그리고 무리 없이 해소해 나가느냐 하는 것이 주택정책의 큰 화두로 자리잡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국민들의 혼란과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과 연구를 통해 문제점을 해결해야 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의 주택정책과 주거문화 창출을 위한 노력은 명확한 기준 없이 그때 그때 눈에 보이는 것만 해결하려고 하는 안일한 자세로 일관한 행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해부터 크게 부각된 난방비 비리와 같은 관리비리 문제가 그러하거니와, 경기 의정부시 도시형생활주택 화재 사고, 관리비 부가세 부과 문제 등도 어느 하나 기준 없이 행해지는 정책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드는 상황이다.

관리비리를 척결한다고 아파트에 외부회계감사 의무화를 들고 나왔지만 관리비리를 잡기보다는 공인회계사들의 밥그릇을 챙겨주고 입주민에게 관리비 부담만 가중시키는 형태로 나타나는 현실이 그렇고, 서민들을 위한 주택을 공급한다고 도시형 생활주택을 내놨지만 안전을 도외시한 정책으로 인해 서민들의 인명을 앗아가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갈피를 잡지 못하는 관리비 부가세 부과 문제는 지난 2001년 5월 이후 지금까지 8차례에 걸쳐 과세와 면제를 반복하며 입주민들의 혼란을 가중시켜 왔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빠른 변화와 새로운 주거형태를 만들어낸 부작용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이런 부작용은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것이기에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부가세 문제만 하더라도 본지가 지속적으로 주장한 바와 같이 입주민의 기본적인 생활에 필요한 생활용역으로서의 관리비는 면세가 되는 것이 당연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과세를 한다는 것 자체가 국민의 현실을 도외시한 정책이라 생각한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경제 사정으로 인해 가계부채가 늘어만 가는 상황에서 필수생활용역인 관리비에 대해 부가세를 부과하는 것은 국민들의 생활을 더 어렵게 만드는 정책이다.

우리나라의 주거형태가 급속히 변화한 만큼 주거문화의 변화도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정부는 더 신중히 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서구의 여러 나라들이 몇 백년 동안 이뤄낸 일을 단 몇 십년 만에 만들어야 하는 일이기에 더욱 조심하고 신중히 고려해 국민의 어려움을 해소해야 한다. 이제라도 정부는 어떤 정책을 입안하기 전에 지금까지 해왔던 모습보다는 많은 변수를 고려해 줬으면 한다. 또한 현재 국민들이 힘들어하고 부당하다 생각하는 정책은 과감히 거둬들여 국민을 위한 정책 시행을 이뤄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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