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돌아보게 하는 일자리
- 서울 강남구 A아파트 / 입주민 B씨
나는 경제적으로 형편이 넉넉지 못한 데다 치매를 앓고 계신 친정엄마를 돌봐야 하기 때문에 하루 중 일정시간만 일할 수 있는 곳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내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었던 곳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던 차 우연히 SH공사의 ‘희망돌보미’ 모집 공고를 봤다.

화단 가꾸는 것도 좋아하고 요양보호사 자격증도 있어 내게 딱 맞는 일자리라 생각했다. 돌보미를 원하는 분 중에는 큰 수술을 한 후 도움을 필요로 하는 분도 있었고 정신적으로 안정되지 못한 분도 있었다. 나는 월남 파병 후 고엽제 피해 후유증을 앓고 있는 분의 집에 가게 됐다.

처음 집에 방문했을 때 집이 굉장히 어수선했다. 정리정돈을 잘하지 못하는 분이라 나름대로 정성을 다해 정리해 놨는데 다음에 가보면 원 상태가 돼 무척 속상했다.

그 분은 방문할 때마다 물 한잔이라도 꼭 내게 대접해 줬는데 처음에는 왠지 모를 거부감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한 번 두 번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그 진심 어린 행동에 점차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그 분을 그저 환자로만 생각했던 나에게 온정을 담아 대접하는 그 마음을 보니 내 마음이 뭉클해졌다. 그 분의 마음을 안 순간부터 정리정돈은 더는 귀찮고 짜증나는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기쁜 마음으로 적극적으로 일할 수 있었다.

주위에 아직 혜택을 보지 못하는 많은 분에게도 이런 좋은 기회가 주어지길 바라며 SH공사의 ‘희망돌보미’에 많은 분이 문을 두드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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