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서 펼쳐지는 향기로운 ‘봄의 향연’

▲ 본에 꽃이 피는 구근식물인 튤립(상),붉은 열매가 아름다워 아파트 정원에 적합한 수종인 산수유(하)
매섭기만 했던 꽃샘추위 사이에 비춰지는 햇살이 제법 따뜻하다. 3월은 꽃샘추위가 남아있어 이르다 생각되기도 하지만 아름다운 꽃으로 가득해질 정원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마음이 바빠지기 시작한다. 봄에 심을 수 있는 식물에는 크게 나무와 씨앗으로 파종하는 초화류, 구근식물들이 있는데, 아파트 정원에 적합한 수종으로는 매실나무, 모과나무, 산수유나무 등이 있다.

유실수는 남녀노소 오감의 즐거움을 부른다
매실나무는 꽃이 일찍 피고 향기도 좋아 아이들과 봄을 만끽하기에 여간 좋은 게 아니다. 뿐만 아니라 농약을 전혀 쓰지 않고도 많은 열매를 거둘 수 있으니 정원수로는 이보다 더할 나위가 없다. 모과나무도 봄에 피는 연분홍 꽃이 아름다울 뿐 아니라 향기도 좋다. 거기에 수피가 아름답고 가을이 되면 황금색 열매를 맺으니 이 또한 모과나무의 매력이다. 하지만 주위에 향나무가 있으면 적성병에 걸리니 조심해야 한다. 앵두나무도 병충해가 거의 없고 나무가 크게 자라지 않아 관리하기에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으며 꽃과 열매 또한 아름다워 정원수로 제격이다.

이러한 나무들을 심고자 한다면 꽃을 피우기 전에 심어야 하는데 이 경우 묘목의 형태로 심는 것이 일반적이며, 가을심기와 봄심기 중 어느 것을 선택해도 좋으나 가을심기는 낙엽 후 땅이 얼기 전인 11월 중순에서 12월 상순까지, 봄심기는 땅의 해빙과 함께 시작해 늦어도 3월 중·하순까지 심는 것이 좋다. 봄에 심는 경우 너무 늦지 않도록 하며 봄철의 건조에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

노란 개나리의 경우 척박한 환경에서도 생활력이 좋아 꽃을 잘 피운다. 개나리는 보통 꺾꽂이 즉 삽목으로 심는데 꽃이 핀 가지를 이용한다. 하지만 꽃이 진 가지의 경우 살아남기 어렵다. 개나리는 쉽게 삽목할 수 있고 성장 속도가 빠르므로 삭막한 울타리를 꾸미기에 좋다. 개나리를 삽목할 때는 필요한 만큼 개나리 가지를 준비한 뒤 쇠꼬챙이로 땅에 구멍을 내고 개나리 가지를 꽂아 흙덮기를 하면 된다. 개나리와 함께 철쭉과 왜철쭉이라 불리는 영산홍 또한 삽목이 가능하다. 화단에 관목류의 식재가 필요한 경우 묘목을 심어도 되지만 개나리와 마찬가지로 새순이 난 가지로 꺾꽂이가 가능하다. 이 개나리처럼 바로 땅에 심어서는 안 되며 꺾꽂이 할 가지를 물에 담근 뒤 물을 올린 다음 포트에 심고 비닐을 덮어 뿌리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심는 것이 좋다.

추억의 노랫가락 되살리는 식물들
3, 4월에 씨앗을 뿌려 기르는 식물도 있다. 봉숭아, 금계국, 분꽃, 맨드라미, 유채꽃, 사루비아 등은 3월 중순 씨앗의 형태로 파종해 관리하면 봄부터 가을까지 꽃을 감상할 수 있다. 봉숭아는 4, 5월에 씨를 뿌리면 6월부터 꽃을 피우며 자연적으로 햇볕이 많이 들고, 통풍이 잘되는 곳에서 기르면 꽃이 잘 피고 튼튼하게 자란다. 물론 밝은 그늘에서도 자라지만 햇볕을 많이 보지 못하면 꽃이 잘 피지 않는다. 화단, 정원, 담장 밑에서 기르면 한여름 가뭄 때는 물을 주고 다른 때는 그냥 둬도 무난하게 잘 자라는 식물이다.

음지 쪽 화단이 황폐화 됐을 때 초화류를 심어주면 좋은데 이러한 경우 맥문동이 적합하다. 맥문동은 가을에 씨앗을 채취했다가 파종하거나 모종을 만들어 심으면 여름부터 보라색 꽃을 볼 수 있고 월동도 가능해 관리가 용이하다.

봄부터 가을까지 꽃의 향연을 이어가는 오케스트라의 주인공, 구근식물
봄이 오면 빠지지 않는 식물이 바로 구근식물이다. 구근식물은 뿌리 부분에 영양분을 저장하는데 그 뿌리 모양이 알 모양처럼 생겨 붙여진 이름이다. 구근식물에는 튤립, 수선화, 아이리스, 시클라멘처럼 작고 아름다운 꽃들이 있다.

튤립, 무스카리, 수선화 등 봄에 볼 수 있는 구근식물은 가을에 땅에 심어야 봄에 꽃을 볼 수 있고, 다알리아, 글라디올러스, 칸나 등은 반대로 봄에 심어 가을에 꽃을 본다. 이처럼 구근식물은 종류에 따라 꽃 피는 시기가 달라 계절마다 봄부터 가을까지 아름다운 꽃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이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식물 중 하나다.

한편 구근식물을 심고자 할 때는 알뿌리와 식재할 장소의 선택이 매우 중요하다. 알뿌리는 크고 딱딱한 것이 좋으나 습기에 약하다보니 너무 습하지 않게 관리해야 한다.

아름다운 꽃은 보행자들에게는 꽃길을 걷는 기쁨을, 어르신들에게는 희미해진 옛 추억을, 공부에 지친 학생들에게는 잠깐의 휴식을, 유아들에게는 관찰과 상상의 기회를 준다. 겨울동안 삭막했던 아파트 곳곳이 작은 수고로움으로 인해 더불어 쉴 수 있는 즐거운 공간으로 변화되길 기대해본다.

생태안내자 임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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