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A구의 한 아파트에는 경비원 정원을 감원하겠다는 입주자대표회의 결과 공고문이 곳곳에 붙었다. 업무능력이 떨어지는 고령의 경비원 수를 줄이고 그 자리에 CCTV를 보강해 궁극적으로 관리비 절감을 실현하겠다는 것이 공고문의 주된 내용이었다.
경기 B시의 한 아파트도 얼마 전 관리비 절감을 위해 경비원, 관리직원 등 일부 인원을 감원했고, 경기 C시의 한 아파트 역시 최근 통합경비시스템을 구축하며 경비원을 감원했다.
이처럼 일선 아파트 관리현장에서는 경비원 등 인력 감축을 통해 관리비 절감을 꾀하려는 사례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물론 관리비를 절감해 입주민들의 관리비 납부에 대한 부담을 경감시켜준다면 이는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고, 관리주체와 입주자대표회의로서도 입주민들의 요구로, 혹은 단지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경비인력에 따른 불필요한 비용절감 차원에서 정든 경비원들을 어쩔 수 없이 떠나보내야 할 수 있다.
하지만 인력 감축을 통해 관리비 절감을 이루려는 아파트가 한 두군데가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경비원, 특히 고령의 경비원 등은 언제 인력감축이라는 철퇴를 맞을지 모른 채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기자가 만난 한 경비원은 “우리 아파트도 곧 인력감축에 들어갈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며 “아무래도 나처럼 나이가 많은 경비원들이 제일 먼저 자리를 내놓아야 하지 않겠나.”라고 토로했다.
더군다나 내년 최저임금은 올해에 비해 무려 7.2% 인상된 5210원으로 책정됐고(감시·단속적 근로자의 경우 10% 감액된 4689원 적용), 오는 2015년부터는 감시·단속적 근로자에 대한 임금 감액마저 폐지될 예정이어서 아파트 관리현장의 인원감축이 점점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저임금 인상은 근로자의 처우개선을 위해 필요하지만 이는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분명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곧 인건비 상승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관리비 절감은 아파트 입주민들을 위해 실현해야 할 첫 번째 과제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인력 감축을 통한 관리비 절감이 정말 최선의 방법인지는 한 번쯤 되짚어 봐야 한다.
이는 경기 오산시 한 아파트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다. 이 아파트에 근무하고 있는 경비원 D씨는 뛰어난 서예실력을 바탕으로 단지 내 어린이들의 서예, 한문 선생님으로 활약하고 있어 입주민들과 친밀도가 높다고 한다.
이 사례에서 알 수 있듯 경비원은 단순한 노동자라고 볼 수만은 없다. 그들은 풍부한 인생경험을 바탕으로 경비업무 그 이상의 것을 해낼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을 수 있다.
항상 입주민들과 가장 가까이에서 입주민들과 함께 호흡하고 있는 그들은 CCTV나 통합경비시스템이 할 수 없는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지금이야말로 아파트 관리현장의 사용자와 근로자 모두가 함께 웃을 수 있는 합리적인 판단이 절실한 시점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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