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 관리직원들의 열악한 근무여건 개선돼야”

23년 동안 30곳의 단지에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주택관리사의 애환과 보람을 진솔한 이야기로 풀어낸 ‘머리철새, 둥지를 틀다’의 저자 장현식 관리소장. 장 소장은 지난 2003년 ‘머리철새의 울음소리’에 이어 올해 3월에는 후속작인 ‘머리철새, 둥지를 틀다’를 출간했다.
이 책에서 장 소장은 머리철새라 비유된 주택관리사들이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문직으로서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공동주택의 주거환경을 책임지고 있는 주택관리사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열악한 근무여건이 개선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꿋꿋한 의지와 소신을 가지고 23년 동안 관리소장으로서의 길을 걸어온 장현식 관리소장을 찾아 수상집의 발간 계기와 주택관리사의 처우문제 등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처음부터 책을 내겠다는 의도는 없었다. 다만 평소 글쓰는 것을 좋아해 다이어리에 매일 그날 있었던 일들을 적어놓고 틈틈이 단편글을 작성해 지인들에게 한번씩 보여주는 정도였다. 그러던중 같이 일하던 한 기전기사가 빼곡히 적어놓은 내 일기들을 보고는 책을 한번 내보라고 권했다. 이 직업을 감당하고 있는 주변의 관리소장들을 보니 공동주택 관리체계의 어려운 현실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관리소장을 비롯한 아파트 근로자들의 권익이 보호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동안 근무했던 경험들을 원고로 집필하기 시작했고, 어느새 벌써 두 권의 책을 발간하게 됐다.

23년간 근무하면서 보람을 느꼈던 일은 무엇인지.
건축시설설비(배관)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어 그동안 근무했던 여러 단지들에서 배관 공사, 정화조 교체공사를 직접 집행할 수 있었다.
A아파트에서는 10개 동의 온수가 나오지 않아 원인을 찾던 중 배관 공동현상을 발견하고 기관실 난방배관을 직접 시공했다. B아파트에서는 산화폭기식 정화조를 부패 정화조로 바꿨고, C아파트에서는 임호프식 정화조를 폐기 직접관로로 이설했다. 또 D아파트에서는 임호프식 정화조를 부패 정화조로 바꾸는 공사를 직접 시공해 관리비를 절감시켰다.
이렇게 직접 장비와 재료를 가지고 공사를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은 입주자대표회의의 적극적인 지원과 입주민들의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직접 배관 공사 및 정화조 교체공사를 집행하고, 에너지 절약을 통해 관리비를 절감하는 등 아파트에 많은 도움이 됐을 때 관리소장으로서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공동주택 관리에 있어 중요한 것 중 한가지를 꼽는다면.
관리직원간의 인화단결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직원이 실수해 잘못을 저질렀어도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지적하지 않고 따로 불러서 잘못에 대해 이야기하는 등 인간적으로 대해왔다.
그러나 자신의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해야 하고, 정해진 규칙에 어긋나서는 안된다.
일이 잘못돼 그만두게 됐을 때 나는 그 직원의 다음 직장을 연결해주고 그만두게 하고 있다. 상사이기 때문에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해야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같이 일하던 후배로서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해주려고 한다.
매주 요일을 정해 직원들의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 교육에는 시설물 관리 등 아파트 관리 관련 교육 및 직무교육, 또 인성교육, 윤리교육까지도 포함된다. 그리고 교육이 끝난 뒤에는 직원들의 서명을 받는데 이것이 곧 ‘시말서’다. 충분한 교육을 받았고 본인도 인정한다는 서명을 했으면 이것에 대한 책임은 직원들이 져야 하는 것이다.

‘머리철새’로 비유한 관리소장들의 현실적인 어려움에 대해.
명색이 공동주택의 관리책임자지만 지난 1988년부터 지금까지 자리를 옮긴 횟수가 26군데나 되니 마치 철새의 무리들을 이끌고 날아가는 ‘머리철새’와 같아 책에서 관리소장을 이렇게 비유했다.
주변의 많은 주택관리사들을 보면 관리상 흠결이 있고 접어서는 안 될 사안임에도 때론 고개를 숙여야 하고, 성실하게 일을 했으면서도 이해관계에 의해 한순간에 실업자가 되기도 한다.
또 법적으로는 관리주체의 권한이 많이 주어진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난해 개정된 주택법 시행령과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에 따라 최저입찰제, 관리소장의 공사계약 체결 등 주객을 전도시킨 정부의 정책, 소규모든 대규모든 관리책임자가 단기간에 전 시설을 파악할 수 없는 환경, 지켜지지 않는 관리규약 등 공동주택 관리에 있어 관리소장들의 근심은 더욱 깊어져 가고 있다.
따라서 관계 법령을 재정비함과 동시에 주택관리사들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을 통해 부당한 처우를 받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주택관리사들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바라는 점은.
주택관리사는 정부가 보호해 줘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공동주택 관리공단’과 같은 전문기관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동주택 관리책임자는 재계약 도장을 받는 것이 만사가 아니라 공동주택 시설물 유지관리와 에너지 절약, 입주민 권익보호에 가장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 위해 해마다 실적이 없으면 면직을 시키는 네거티브(negative) 보상제도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주택관리사제도가 도입된 지 21년을 맞이하는 이 시점에서 정부에서도 ‘공동주택 관리공단’에 대한 검토를 포함, 구체적인 대책을 수립해 공동주택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관리하며 국가에 공헌할 수 있는 관리사들로 탈바꿈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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