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회의·관리소장, 각자 역할 성실히 수행해야”

- 순천대학교 박경량 대학원장 -

지금 한국사회의 주거형태는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이 단독주택의 수를 훨씬 앞서고 있다. 따라서 공동주택은 특별한 주거형태가 아닌,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아주 흔한 주거형태가 되고 있다. 이제는 법률제도나 행정차원에서 공동주택, 특히 공동주택 단지를 단독주택으로 이루어진 마을과 달리 취급하던 종전의 관점과 접근을 달리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공동주택 전용부분에 대해서는 구분소유자가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지만, 공용부분에 대해서는 구분소유자가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공용부분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 하거나 방치할 경우 건물의 노후화를 촉진시켜 공동주택의 내용연수를 채우지 못한 채 철거하거나 재건축할 수밖에 없게 된다.

집합건물법은 관리목적의 입주민 단체인 관리단을 상정하고 있고, 이러한 목적 단체의 설립취지를 달성키 위해 집행기관으로 관리인을, 일정 규모 이상 공동주택의 경우에는 회의체 집행기관인 입주자대표회의를 두고 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공동주택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 자치관리기구를 두거나 외부의 주택관리업자에게 관리를 위탁하기도 한다.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원인 동대표는 입주민 단체의 수임인으로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주어진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전문직종인 주택관리사나 주택관리사보로 충원되는 관리기구의 대표자(주택법 제43조 제4항)인 아파트 관리사무소장도 관리단의 피용인으로서 혹은 수임인으로서 선량한 관리자의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관리주체가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 관리에 따른 일체의 효과를 최종적으로 수렴하는 자인가는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관리주체라는 표현의 의미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 권리의무의 주체라는 개념에 통상적으로 부여하는 의미와 같은 연장선상에 있는 개념 혹은 표현이라고 파악하는 것은 곤란하다. 어디까지나 관리 효과의 최종 귀속주체는 입주자대표회의도 아니고, 관리사무소장도 아닌, 구분소유자 즉, 입주자 전원으로 구성되는 관리단이기 때문이다.

주택법에서 말하는 관리주체는 공동주택 관리업무를 일선에서 현실적으로 구체화하는 자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관리주체라는 표현은 관리사무소장 등이 실무현장에서 관리의 중신에 있다는 정도의 의미일 것이다. 이들은 관리인이나 입주자대표회의의 지시나 위임을 받아서 관리업무를 처리하는 위치에 있을 뿐이다. 따라서 동법상 관리주체라는 표현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거나 얽매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른 한편으로 관리주체 문제와 관련해 생각해봐야 할 점은 집합건물법은 사법이고, 주택법은 공법이라고 보는 획일적이고 단정적인, 이분법적 고정관념이다.

공동주택 관리문제는 사법영역과 공법영역, 양 영역에 걸쳐 있다. 특히 주택법에서 규정한 일정규모 이상의 아파트 단지 경우는 입주민의 인적 규모나 아파트 시설이라는 물적 규모면에서 국민인 입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공익 보호라는 측면에서 개입할 필요가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주택법이 필요한 것이다.

주택법에는 입주자 개인간 관계를 다루는 사법 규정과 입주민 개개인에 대한 공익 유지차원의 간섭 내지는 개입을 규정하는 공법 규정이 공동주택 관리라는 테두리 안에서 혼재한다. 그러므로 주택법 전체를 공법이라고 규정하기 보다는 개별규정에 따라서 공동주택 관리문제의 성격이 공법적인 것인지, 사법적인 것인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일정한 규모 이상의 공동주택 관리문제는 사익과 공익의 보호라는 양면성이 강해진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아파트 규모에 관계없이 입주민 전체를 대표하므로 입주민 전체를 당연한 대상으로 하는 입주민 단체인 관리단의 집행기관으로 봐야 하는데도 이를 별도의 독립한 조직체로 봐 단체성을 인정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옳지 않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사법상의 단체인 관리단의 집행조직임에도 불구하고 입주자대표회의의 조직이나 구성 등에 행정기관에서 관여해 감독과 후견을 하는 것은 입주자를 대표하고 공동주택을 관리해야 할 책무를 지니고 있는 입주자대표회의의 중요성에 비춰 부득이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들 개별규정 등에 집착해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단을 분리시켜 다루고 전자를 공법상 단체로까지 격상시켜 파악하는 것은 공동주택 관리의 본질을 벗어난 것이다.

집합건물법은 집합건물의 관리 내지 공동주택의 관리에 관한 기본법이고, 주택법은 특별법 성격을 지닌다고 봐야 한다. 주택법에 없는 규정이나 내용은 집합건물법로 돌아가 그 근거나 해법을 찾도록 하는 것이 집합건물법의 입법취지에도 부합하고, 공동주택은 기본적으로 사유재라는 본질에도 부합한다.

요컨대, 관리주체는 주택법상 관련 표현에 관계없이 관리사무소장이 아닌, 입주자대표회의라는 조직을 통해서 관리목적을 달성코자 하는 입주민 단체인 관리단으로 규정해야 한다.

결국 공동주택의 관리주체는 어디까지나 주택법상 ‘관리주체’라는 표현에 관계없이 관리단이므로 관리단의 회의체 집행기관인 입주자대표회의는 공동주택 관리 일선에서 공동주택을 직접 관리하는 위치에 있는 관리사무소장에 대한 적절하고, 합리적인 지휘, 감독권을 행사해야 한다.

그런데 주택법령에 의하면 관리사무소장은 기본적으로 피용인인 근로자이면서 동시에 다른 피용인과 달리 내재적인 한계가 있게 된다. 관리사무소장은 선관주의로 위임의 취지에 걸맞게 법령에서 위임받은 권한을 성실하게 행사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점은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사무소장은 모두 다 입주민 전체를 위한 수임인이라는 점에서 각자에게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해 전체 입주자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해야 한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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