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명 공동주택 활성화 위해 법·제도 개선 시급”

현재 우리나라에 시공된 공동주택의 수명은 보통 20~30년 정도로 프랑스 80년, 미국 100년, 영국 140년 등 다른 나라에 비해 수명이 매우 짧다.
공동주택이 노후되면 재건축을 해야 하는데 이는 환경문제, 주거지 이동에 따른 경제·사회적 비용 손실, 자원 낭비 등의 문제를 야기하고 있어 최근 장수명 공동주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장수명 공동주택 활성화를 위한 제도 및 정책개발’을 주제로 열린 공청회에서는 장수명 공동주택의 배경과 개념, 장수명 공동주택 활성화를 위한 관련법규 개선방안 등이 소개돼 관심을 모았다.
이에 당시 공청회에서 발표자로 나선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김수암 선임연구위원(장수명 공동주택 연구단 단장)을 만나 장수명 공동주택의 의의와 장수명 공동주택 활성화를 위한 개선방안 등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장수명 공동주택이란 무엇인지.
장수명 공동주택은 100여년간 사용할 수 있는 공동주택으로, 처음 건설한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변화영향이 적은 구조체 및 공용설비 등의 수명은 길게 하고, 내장·전용설비 등 사회변화와 기능변화에 민감하고 수명이 짧은 전유부분은 쉽게 수선·교체토록 해 사회적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공동주택을 말한다.
공동주택의 장수명화를 위해서는 ▲내구성(구조안정성 및 내구성 대응) ▲가변성(다양화와 변화 대응) ▲리모델링 용이성(부품의 수명 고려 분리설계, 부품의 접합방법, 용도변경 대응) ▲유지관리 용이성(공용설비 샤프트 위치 및 전용설비 점검 등이 용이한 설계) 등의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현 공동주택과 장수명 공동주택의 차이점은 무엇인지.
현재 우리나라 대부분 공동주택의 수명은 보통 20~30년 내외로 물리적인 내구성보다는 기능·사회적인 수명에 의해 전체 수명이 짧다. 이처럼 수명이 짧다보니 사용한 지 30여년이 지나면 재건축을 추진하게 되는데 이는 경제·사회적 비용 손실과 자원 낭비 등의 문제로 이어진다.
이에 따라 현 공동주택을 장기간 유지관리하기란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다.
그 이유는 현 공동주택은 유지관리가 어렵게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난방배관의 경우 노후되거나 일부가 손상돼 교체하려고 해도 바닥을 전부 뜯어내야 하고 배관이 일체식으로 돼 있어 손상된 부분만을 교체할 수도 없다.
구조적으로 볼 때 현 공동주택은 내력벽식 구조로 세대 내 욕실인 전유부분에 공용배관이 있고 점검구가 없어 관리가 어렵고, 벽 등 공간구성이 고정적이다.
반면 장수명 공동주택은 기둥식 구조로 공용부분 및 발코니에 공용배관이 설치되며 입주자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공간을 변경시킬 수 있다.
따라서 장수명 공동주택은 100년 골조에 20년을 주기로 해 교체와 수선, 리모델링 등을 시행하고 유지관리를 함으로써 그 시대의 수준과 기능에 맞출 수 있도록 시공된다는 장점이 있다.

구조적인 부분외에 현 공동주택의 장수명화가 어려운 점을 자세히 설명한다면.
입주민과 관리자, 시공사의 안이한 인식을 들 수 있다.
공동주택 입주시 각 시설물에 대한 유지관리방법이 적힌 매뉴얼이 제공되는데, 관리자들은 관리사무소 내에 비치해 놓기만 하고, 입주민들 역시 시설물 유지관리 매뉴얼에 무관심해 관리사무소에 비치된 것조차 열람하지 않는다.
그러나 유지관리 매뉴얼에는 공동주택 내 전유부분과 공용부분의 시설물별로 각기 다른 유지관리법이 기재돼 있어 매뉴얼에 따라 유지관리를 하면 시설물의 사용기한이 대폭 늘어난다.
결국 입주민과 관리자들의 무관심이 우리나라 공동주택의 수명을 더욱 줄이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장기수선계획이 미흡한 것도 현 공동주택의 장수명화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대부분 공동주택에서는 시설물의 수명에 따라 수선을 계획하기보다는 노후해 사용이 어려울 때마다 그때그때 계획을 짜서 보수 및 교체를 하는데 이는 오히려 수명을 더욱 단축시킬 수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유지관리 매뉴얼에 따른 시설물 장기수선계획을 체계적으로 세워 추진해야 한다.
또한 시공사들은 건축으로 얻는 이득 때문에 재건축에 부정적이지 않아 굳이 장수명 공동주택을 건설하려고 하지 않는 점도 장수명이 어려운 이유로 꼽을 수 있다.

장수명 공동주택 보급 및 실현을 위해 제도적으로 개선돼야 할 점은 무엇인가.
현재 서울·부산시 등 광역자치단체 등이 장수명 공동주택 건설을 추진중에 있는데 현행 법·제도 등은 장수명화를 고려하지 않아 제도적인 면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장수명 공동주택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비내력벽의 경우 허가 없이 변경할 수 있도록 해 세대간 통합 및 분할을 가능케 하는 등 개인성향에 따라 구성토록 하고, 하자보수의 경우도 세대별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등 관련 법·제도가 우선적으로 개선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주택법, 건축법 등을 장수명 공동주택 활성화 측면에서 검토해 장수명 공동주택의 개념을 도입하고, 내구성·가변성·리모델링·주택부품개발 촉진·인허가 및 사용 등에 대해 문제가 되는 부분을 도출해 개선방안을 적용토록 해야 한다.
이와 함께 ‘장수명 공동주택 인정제도’를 마련해 사업자 및 입주민, 관리자 등의 사용 제한을 가하거나 의무를 부가하는 등 규제할 필요가 있다.
인정제도에는 철근콘크리트 및 철골철근콘크리트 등 구조 및 설비 등을 장기간 사용 가능하게 신축토록 반영하고, 유지관리시 ▲위치 ▲구조 및 설비 ▲규모 ▲유지관리 방법 및 기간 ▲자금계획 등 장기수선계획을 작성해 해당 관청에 인정을 신청토록 한다면 체계적이고 꼼꼼한 유지관리가 가능해져 수명을 최대한 늘릴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내력벽식을 탈피한 구조방식에 용적률 인센티브를 차등 부여하는 등 장수명 공동주택에 대한 지원정책도 마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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