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내 도서관으로 ‘아파트 문화’까지 변화…다양한 활용 필요

▲ 울산 북구 문화공간협의회의 '주부교실'(상), 동탄서해그랑블아파트의 '백일홍 북카페'(중), 경기 파주 팜스트링아파트 내 문고(하)

지역사회 연계·아파트간 연합 등으로 도서관 마련 사례 늘어
도서 대여뿐 아니라 다양한 프로그램 진행 등 활용도 높여야

건설교통부(現 국토해양부)는 문화관광부(現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사업승인을 받아 새로 조성되는 30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에 문고 설치 기준을 마련하고 지난 2007년 10월 시행에 들어갔다.
기준에 따르면 사업승인을 받은 300세대 이상 아파트의 경우 단지 안에 1000권 이상의 도서를 비치한 문고를 설치해야 하고, 도서가격은 총 8백50만원이 넘어야 한다. 또 문고시설은 33㎡ 이상에, 6석 이상의 열람석을 갖춰야 한다.
이처럼 문고 설치가 의무화됨에 따라 단지 내 문고 및 도서관은 입주민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단순한 공간에서 나아가 커뮤니티 공간으로서 자리잡아 가고 있다.
문고운영이 활성화 된 아파트에서는 부녀회를 주축으로 논술교육, 독후감 발표대회 등 어린이 학습 프로그램과 문화유산 답사 등의 각종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또 단지 내 문고를 단순히 어린이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어른들도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키 위해 다양한 분야의 서적들을 구비하기도 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입주자들이 생활에 유익한 자료를 쉽게 접할 수 있는 문고로 잘 운영되지 않아 무용지물이 되거나 다른 용도로 사용되는 아파트들도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문고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아파트 사례를 중심으로 단지 내 문고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안 등을 살펴봤다.

문고 설치 기준 마련
정부는 주택법 하위 규정인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300가구 이상의 공동주택에 도서관법 기준에 적합한 문고를 의무 설치하도록 하는 기준을 마련하고 지난 2007년 10월 시행에 들어간 바 있다.
기존 아파트 단지의 경우 500세대 이상 공동주택은 단지 내에 문고를 갖추도록 돼 있어 각 단지들은 지자체나 지역사회단체 등의 지원으로 문고를 조성,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해 문고 설치 기준에서 적정가격이 고시됨에 따라 그동안 도서가격에 대한 기준이 없어 입주자와 사업자간 분쟁이 발생하거나 준공이 지연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공기업을 포함한 건설업체들은 문고 설치를 요구하는 단지에만 시설 및 자료를 지원하거나 건설 기준에 맞는 면적은 할당하되 책장이나 열람석 등 부대시설물과 자료 지원을 하지 않는 등 아파트 단지 내 도서관 설치 의무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노인정이나 보육시설은 거의 모든 공동주택에 설치, 운영되고 있는 반면 문고가 있는 곳은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하지만 단지 내 문고는 아파트 입주민들의 지식함양은 물론 커뮤니티 공간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만큼 기준에 따라 설치돼야 하고, 입주민들은 문고를 활성화시켜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가야 할 필요성이 있다.

단지 내 문고 주거문화 바꿔
경기 부천 상동 다정한마을 삼성래미안아파트 관리동에 위치한 도서관은 이 아파트 부녀가 운영을 맡고 있다.
타 단지 도서관의 경우 구비하고 있는 책이 적은데 반해 이 아파트 도서관은 7000권이 넘는 장서를 보유하고 있어 관심을 끈다.
이는 매달 수십 권의 베스트셀러와 추천도서 등의 구입을 위해 부녀회에서 기금을 지원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도서관의 규모가 커지면서 대표회의의 지원도 늘었고, 입주민들의 참여도 함께 늘어 이 도서관은 구로부터 매년 우수 도서관으로 뽑히고 있다.
이 아파트 부녀회원들은 방학마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독서 지도와 문화강좌 등을 실시하고 있으며, 입주민들은 경기도가 주최하는 시민 독서 경진대회에 참여해 입상하기도 했다.
지난 2001년에 개관한 전북 전주시 송천동 뜨란채아파트 문고는 조그만 마을문고에서 시작해 현재 7000명이 넘는 회원수를 자랑하며 하루 이용자수도 100여명에 달하는 등 도서관이 매우 활성화 돼 있다.
이 아파트의 경우 대표회의와 부녀회원, 노인회원 중에서 도서관 운영위원을 임명해 도서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다양한 문화행사를 주최해 아파트 분위기를 변화시켰다는 평을 받고 있다.
운영위원 외에도 주부들로 구성된 자원봉사자들이 도서정리, 훼손 도서 보수 등을 도와 도서관 운영을 수월하게 해주고 있다.
또 이 아파트는 도서관 주최로 매년 가을마다 백일장을 개최하고, ‘어린이 다독왕’ 선발을 통해 어린이들이 자연스럽게 책과 친해질 수 있도록 돕는다.
이들 아파트의 경우 단지 내 도서관을 중심으로 입주민과의 교류가 늘고, 어린이들이 스스로 학습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역사회와 연계해 도서관 조성
도서관 조성이 여의치 않거나 지원이 부족한 단지의 경우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통해 도서관을 조성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의정부YMCA는 지난 2006년 ‘YMCA가 찾아가는 도서관’ 사업을 통해 경기도 의정부시 호원동 아이파크아파트, 신곡동 파밀리에아파트, 민락동 한라비발디아파트 등에 도서관을 조성했다.
특히 한라비발디아파트 도서관의 경우 관리동 지하 1층 약 25평의 회의실에 26개의 좌석과 컴퓨터, 바코드 등 최신식 도서정리 프로그램을 갖췄다.
개관 후에도 의정부YMCA는 도서관 운영이 자리를 잡을때까지 평일 중 3일은 대출업무를 진행할 인력을 지원했으며, 초등논술교실, 아동미술교실 등 어린이 학습프로그램과 비즈공예, 일본어강좌 등 성인교양 프로그램을 운영해 입주민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공동체 모임 형성도 눈길
단지 내 도서관이 설치돼 있는 아파트 입주민들이 함께 모여 만든 협의회도 있어 눈길을 끈다.
울산 북구 문화공간협의회(회장 정미숙)는 북구지역 아파트 각 단지마다 조성된 도서관을 중심으로 입주민들이 모여 ‘아파트 문화공간’이라는 모임을 만들고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입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아파트 문화공간’에서는 각 단지의 도서관을 운영하는 회원들이 모여 어린이를 대상으로 방과 후 수업을 실시하고 있으며, 주부교실, 문화교실 등을 함께 운영해 단지 내 공동체 문화를 지역사회로까지 발전시켰다.
입주민들의 문화활동을 지원하는 이 협의회는 매년 회원 한마당 행사 등의 축제도 개최해 일년간의 활동을 보고하고, 앞으로의 운영계획을 밝히는 등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도서관 활성화 방안
단지 내 도서관의 경우 주 이용자가 어린이라는 이유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도서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즉 성인들을 위한 도서가 많이 부족한 현실이다.
또 도서관 이용시간에 제약이 있어 다양한 계층의 입주민이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에 따라 각 단지마다 부녀회 등 단지 내 자생단체를 중심으로 도서관 운영에 참여하고 남녀노소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장서를 구비해야 할 것이다.
입주 전부터 시공사에 요구해 커뮤니티 센터 내에 ‘백일홍 북카페’를 조성한 경기도 화성시 동탄 솔빛마을 서해그랑블아파트는 입주민들의 관심으로 입주 초기부터 4000여권의 책을 소장하고 있다.
또 평일에는 어머니 회원들이 오후 2~6시까지 자원봉사를 펼치고, 주말에는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어 입주민들의 이용률이 매우 높다.
충남 천안시 신방동 한라동백아파트는 천안시 중앙도서관의 도서관리시스템을 도입해 모든 도서에 관리용 바코드를 부착하고 관련 프로그램을 설치한 컴퓨터로 도서를 관리하고 있어 입주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와 함께 전문사서도 도서관 내에 상주해 도서대출 업무와 독서지도까지 하고 있어 도서관이 문을 연 지 1개월만에 전체 세대의 30%가 회원에 가입하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도서관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단지는 지역 내 단체들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다.
인천어린이도서관협의회의 경우 ‘아파트 도서관 실무자 교실’ 등을 열고 아파트 도서관 만들기, 우수 단지 방문, 독서교육법 등을 교육하고 있다.
단지 내 도서관은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 입주민간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는 최적의 커뮤니티 공간이다.
도서관 운영 우수사례 단지에서 살펴본 것처럼 문화강좌, 어린이 방과 후 교실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면 활용도를 높일 수 있고, 견고한 공동체 문화를 조성할 수 있어 아파트 문고 활성화를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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