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아파트 중심으로 리모델링 확산…공사 비용 해결은 과제

최근 노후 아파트를 중심으로 리모델링 열기가 확산되고 있다. 거리를 걷다 보면 아파트 벽에 걸린 ‘리모델링 추진위원회 결성’ 현수막도 자주 눈에 띈다.
재건축 규제 강화와 리모델링 규제 완화 바람을 타고 아파트마다 앞다퉈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분위기에 휩쓸려 섣불리 사업을 추진하면 입주민간 분쟁이 발생하거나 사업이 중단되는 경우도 생긴다.
분당아파트입주자대표협의회 한상문 회장은 “요즘 아파트 대표회장들이 모이면 리모델링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며 “각 아파트마다 리모델링에 관심을 보이고는 있지만 사업의 불확실성과 자원낭비 등의 문제로 사업 추진을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아파트 리모델링의 장·단점을 살펴보고 사업 추진시 주의할 점과 제도개선 방안 등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 아파트 리모델링 관심 급증
지난해 말 서울 서초구 방배동 ‘궁전아파트’가 ‘쌍용 예가’(3개동 216세대)로 재탄생하면서 리모델링에 대한 입주민들의 관심이 증폭됐다.
이 아파트는 단지 전체를 리모델링해 주거환경이 획기적으로 개선됐으며, 지하주차장을 신축하면서 주차공간이 78대에서 207대로 크게 늘었다.
(사)한국리모델링협회 차정윤 사무총장은 “80년대에서 90년대 초반에 건설된 강남·송파·양천 지역의 아파트는 주차공간이 세대당 0.5~0.6대에 불과해 매우 열악한 상황”이라며 “궁전아파트는 리모델링을 통해 동과 동 사이에 지하주차장을 새로 만드는 기술을 적용, 이같은 문제를 해결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리모델링을 통해 주차공간을 확보하고, 쾌적한 주거환경을 조성하려는 입주민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서울대학교 최재필 교수 등이 실시한 ‘노후 공동주택 현황 및 리모델링 요구조사’에 따르면 노후 공동주택 입주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중 60%가 리모델링 추진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의 70%가 리모델링 후 아파트 가격이 공사비보다 오를 것이라고 답하는 등 리모델링에 대해 희망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한국리모델링협회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8월 현재 서울 지역에서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는 아파트는 80개 단지 5만여 세대에 달한다.
여기에 분당, 일산, 평촌 등 수도권 1기 신도시들까지 합하면 리모델링 추진 단지는 100여곳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기존에는 리모델링 추진 단지가 강남권 등에 집중돼 있었으나 최근 노원구 등 일부 기초지자체에서 리모델링 시범단지를 지정하는 등 지원에 나서면서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노원구 관계자에 따르면 아파트 리모델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리모델링을 통해 주거환경을 개선하려는 입주민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구는 리모델링 사업설명회를 열고 입주민들이 적극적으로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 중 심사를 거쳐 상계동 미도아파트(3개동 600세대)와 보람아파트(21개동 3315세대)를 시범단지로 지정했다.
구는 이들 단지를 대상으로 리모델링과 관련한 행정절차에 적극 협조키로 했으며, 아파트 디자인 결정과 시공사·금융기관 선정 등도 지원할 방침이다.

◎ 사업 추진시 고려할 점
수도권 곳곳에서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아파트가 급증하고 있지만 중도에 리모델링을 포기하거나 수년째 사업이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단지도 상당수다.
서울 송파구 M아파트는 조합설립 인가를 받고 시공사도 선정했으나 시공비 등의 문제로 입주민간 갈등이 커지면서 리모델링 무효 소송까지 진행됐다.
또한 송파구 H아파트와 강남구 M아파트, 강동구 H아파트 등도 모두 사업 초기에 비해 공사비가 늘어나자 사업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이같이 리모델링은 재건축과 달리 사업비용을 입주민들이 모두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공사비에 대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시공사를 선정할 때는 브랜드만 보고 선정하기 보다는 사업 내용을 꼼꼼히 살펴본 후 단지 상황에 적합한 곳을 선택해야 한다.”며 “수입·고급자재 등을 사용하면 공사비가 높아질 수밖에 없으므로 실속있고 저렴한 자재를 선택해 공사비를 낮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각 아파트의 여건에 따라 리모델링의 효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으므로 단지별 상황을 고려해 추진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리모델링은 용적률 200% 안팎, 12~15층 가량의 중층 아파트가 유리하다. 또 주동 배치가 ‘ㄱ’자, ‘ㄷ’자, ‘ㅁ’자 등으로 꺾인 단지보다 ‘ㅡ’자형 단지가, 계단식보다는 복도식이 전·후면 증축에 유리하다.
(사)한국리모델링협회 차정윤 사무총장은 “다양한 면적의 세대가 있는 단지보다 단일 규모인 단지가 입주민 요구사항이 비슷해 사업 추진이 수월하고, 세대 수가 많은 단지보다 소규모 단지의 의견 조율이 쉽다.”며 “무엇보다 단지 환경개선을 위해 입주민들이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방배동 쌍용 예가 김인식 리모델링조합장은 “리모델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리모델링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입주민 설득 과정이었다.”며 “집값을 올리기 위한 목표로 리모델링을 추진하기 보다는 노후한 주거 환경 개선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입주민들도 개인적인 이익에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단지 전체의 환경개선을 위해 뜻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 리모델링 제도개선 요구 높아
많은 아파트가 리모델링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으면서 리모델링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리모델링을 추진중인 아파트들이 부딪히는 가장 큰 걸림돌이 공사비인 만큼 정부가 리모델링 비용을 일부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동부건설 관계자는 “아파트 리모델링 추진 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이 공사비 등으로 인해 입주민간 갈등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입주민들에게 실질적으로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금융 지원제도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사)한국리모델링협회 차정윤 사무총장은 “전용면적 85㎡(25.7평) 이하인 아파트는 국민주택기금으로 3천만원까지 융자받을 수 있지만 서민아파트의 경우 더 많은 금융혜택이 마련돼야 한다.”며 “자금 부족으로 리모델링에 어려움을 겪는 서민들을 위해 주거복지차원에서 정부 자금으로 리모델링 비용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수평·수직 증축범위 확대 등 리모델링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현행 주택법은 별도의 증축으로 세대수를 늘리거나 분양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1층을 피로티 구조로 전용할 경우 최상층 상부에 1개층 증축만을 허용하고 있다. 또 내력벽 철거에 의한 세대통합도 금지된다.
이와 관련해 대림산업(주) 관계자는 “리모델링은 증축 제한으로 일반 분양을 통한 수익원이 없어 입주민들의 경제적인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기술적으로 가능한 부분을 법으로 제한하기보다 구조안전진단 등을 통해 안전이 확보된 경우 증축을 허용하는 방안을 고려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재)한국건설산업연구원 윤영선 연구위원은 “20평형대 이하 소형평형은 전·후면 증축만으로는 평면개선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며 “세대간 증면·증축, 세대통합 등의 방식을 통해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업계에서는 리모델링 아파트의 경우 스프링클러 설치 대상에서 제외할 것과 취득·등록세 등 부가가치세 면제 등을 주장하고 있다.
(사)한국리모델링협회 차 사무총장은 “수도권 1기 신도시를 비롯해 노후 공동주택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리모델링은 입주민 주거환경 개선과 삶의 질 향상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다.”며 “대수선뿐 아니라 부분적인 리모델링 등 단지별 특성에 맞는 다양한 방안을 개발해 입주민 선택의 폭을 넓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아파트관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