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경비원 감축 잇따르며 ‘치안공백’…보완책 마련 시급

고령자 고용불안 등 당초 취지 무색…최저임금 부족분 정부서 지원해야
도난사건 증가로 입주민 불안 가중…자율방범·통합경비시스템 강화 필요

올해부터 감시·단속적 근로자들도 최저임금을 감액 적용받게 됐다.
이에 따라 근로시간이 일반근로자의 1.3배에 달하면서도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고 일해 왔던 아파트 경비원들의 열악한 근로조건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감·단근로자 최저임금 적용이 경비원들의 근로조건을 개선하기보다 일자리를 빼앗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비원 임금 인상으로 입주민들의 관리비 부담이 커져 경비 인력을 감축하려는 아파트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경비원들의 임금 인상률을 낮추기 위해 아파트에서 경비원들에게 3~5시간 정도의 휴게시간을 제공함으로써 최저임금 적용에 따른 실제 임금 인상 효과는 높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뿐만 아니라 경비원 감원, 휴게시간 적용 등으로 방범 공백을 노린 범죄가 늘고 있다는 소식도 심심치 않게 전해지면서 입주민들의 불안도 가중되고 있다.

◈ 경비원 감축 등 고령자 고용 위축
감·단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감액 적용에 따라 아파트에서 경비원들을 감축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경기도 부천시 송내동 U아파트는 최근 각 동별로 배치했던 경비원 10명을 6명으로 감축하고 경비원 한 명이 2개 동을 감시토록 했다.
또 경기도 수원시 영통동 A아파트는 지난해 11월 경비원 50% 정도를 감원하고 모 보안업체에 경비용역을 맡겼다.
특히 경비원 임금 수준이 서울과 경기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지방에서 감원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시 북구 화명동 K아파트는 최근 기존의 경비인력을 16명에서 8명으로 감축하고 통합경비시스템을 도입했으며, 대구시 동구 B아파트도 지난해 12월 36명의 경비원 중 30명을 해고했다.
대전지방노동청이 최근 대전과 충남지역 아파트들의 경비원 감원실태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대전지역 아파트 399개 단지에서 근무하는 경비원은 모두 3895명이며, 이중 경비원을 감원한 아파트는 6개 단지로 모두 26명의 경비원이 해고됐다.
또 통합경비시스템을 도입키로 하고 향후 경비원 감원계획을 확정한 아파트는 9개 단지로 앞으로 99명의 경비원이 해고될 전망이다.
이같은 경비원 감원 추세는 최저임금 감액률이 30%에서 20%로 낮아지는 내년부터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사)부산시아파트협의회 이진호 사무총장은 “올해를 기점으로 내년 경비원 임금 인상 부담에 대비해 통합경비시스템을 도입하고 경비원을 감원하는 사례가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시 연수구 H아파트 최모 관리소장도 “올해는 경비원 감원 없이 임금을 인상했지만 내년에는 입주민들의 부담이 더욱 늘어나는 만큼 경비원 감원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아파트 경비원들에 대한 감원 바람이 확산되면서 경비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고령자들의 고용 불안도 가속화되고 있다.
대한노인회 취업지원센터 관계자는 “경비원들의 저임금 문제가 개선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장기적으로 노인들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문제도 생각해야 한다.”며 “아파트 경비원 감원 문제는 60세 이상 노인들의 일자리 문제와도 직결되기 때문에 최저임금법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 대부분 아파트 휴게시간 적용
감·단근로자 최저임금 적용에 따라 시행 첫해인 올해는 아파트 경비원들에게 최저임금 시간급(3480원)의 70%인 2436원을 적용해야 한다. 이에 따라 아파트에서는 경비원들에게 1백3만7000원 이상을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많은 아파트에서는 임금을 전액 인상하기보다는 휴게시간을 적용해 근무시간을 줄이는 방식으로 임금 인상률을 낮추고 있다.
주로 서울과 경기지역에서 아파트를 수탁관리하고 있는 우리관리(주)의 조사에 따르면 413개 관리 단지 가운데 22%인 91개 단지만이 휴게시간 부여 없이 임금을 인상했으며, 35%인 143개 단지에서는 임금 인상 없이 휴게시간을 적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43%인 179개 단지에서는 약간의 임금 인상과 휴게시간 적용을 혼합한 것으로 조사돼 대부분의 아파트에서 휴게시간을 적용해 임금 인상률을 낮춘 것으로 조사됐다.
또 경남지방경찰청이 경남 지역 아파트를 대상으로 최저임금 적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전체 875개 단지 중 33.5%인 293개 단지에서 근무시간을 단축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휴게시간을 적용하기 위해 아파트에서는 별도로 휴게장소를 만들거나 경비실 내에 안락의자를 설치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하며, 휴게시간 동안에는 경비원들이 사업주의 관리·감독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휴게장소를 별도로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이 소요돼 꺼리는 경우가 많고 좁은 경비실 내에 안락의자를 비치하는 것도 어려워 경비원들이 현실적으로 편하게 쉬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경남 창원 상남동 한 아파트의 경비원은 “쉬는 곳도 없이 휴게시간을 주면 경비초소에 있어야 하는데 그게 무슨 휴식이냐.”며 “휴식시간이라고는 하지만 입주민들의 요구가 있을 경우 사실상 일을 할 수밖에 없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우리관리(주) 관계자는 “기존에도 경비원들은 비공식적으로 휴식을 취해 왔다.”며 “휴게시간이 공식적으로 인정됨에 따라 경비원들이 근무시간에 휴식을 취할 경우 입주민들의 항의가 많아 오히려 전보다 휴식을 취하기가 힘들다고 호소하는 경비원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동부 임금근로시간정책팀 관계자는 “휴게시간도 없이 사용되고 있는 감·단 근로자의 비정상적인 근로형태를 합리적으로 바꾸는데 의의가 있다.”며 “휴게시간에는 경비원들이 자유롭게 쉴 수 있어야 하고 근무시간에는 경비 본연의 업무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노동부 종합상담센터 관계자는 “아파트에서 경비원 휴게시간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경비원에 대한 ‘근로시간 적용배제 인가신청’을 해야 한다.”며 “인가신청을 하지 않은 경우 일반사업장으로 인정돼 향후 연장근로수당을 비롯한 각종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 인력 감축 후 도난사건 증가
경남 창원 성주동의 한 아파트에서는 지난달 지하주차장 차량 12대 내 물품이 잇따라 도난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차량 유리가 부서지고 일부 입주민들은 1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도난당했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8월 노동부가 최저임금제를 확정 고시하자 관리비를 절감하기 위해 19명의 경비원을 보안업체 요원 13명으로 대체했다.
또 경비원들에게 휴게시간을 적용한 강원도 춘천시 석사동 한 아파트에서는 경비원들의 휴게시간을 틈타 1층 경비실 옆 세 가구에 도둑이 침입해 1백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쳐갔다.
대구 달서구 본리동 모 아파트에서도 최근 두 달 동안 6건의 도난사건이 발생, 관리소에서 각 동 현관 입구에 ‘도난주의’라는 경고문을 붙이기도 했다.
이같은 도난사건은 모두 경비인원을 감축하고, 경비원에게 휴게시간을 적용한 아파트에서 발생해 치안 공백이 도난사건으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차량 10대가 잇따라 털린 아파트의 한 입주민은 “범죄 예방을 위해서는 경비원 임금이 다소 오르더라도 경비원들의 근무시간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경비원 휴게시간 동안 세대 도난사건이 발생한 아파트의 입주민 오모(41) 씨는 “경비원들이 휴게시간을 몰아 쉬면서 일주일에 이틀 정도 경비 공백이 생기는 바람에 사실상 도난사건은 예고돼 있었다.”며 경비인력의 보충을 주장했다.
반면 입주민 정모(37) 씨는 “아파트 범죄는 최저임금 적용 이전에도 있었으므로 경비원 감원이나 휴게시간 적용이 범죄 발생의 근본 원인은 아니며 관리비 인상을 떠나 경비원들이 실제 보안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보안경비를 강화하기 위해 이 기회에 CCTV설치 등 통합경비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 제도 보완대책 마련 필요
열악한 근로조건에 방치돼 왔던 감시·단속적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최저임금 적용이 정착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경비원의 안정된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주택법 제43조 제8항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관리주체가 수행하는 공동주택의 관리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의 일부를 지원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최저임금에 부족분을 지자체에서 보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아파트사랑시민연대 신기락 사무처장은 “경비원을 지원하려는 정부정책이 오히려 일자리를 빼앗는 결과를 낳고 있다.”며 “소득수준이 다른 수도권과 지방을 구분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적용하려면 경비원들을 많이 고용한 아파트 단지에 최저임금 보조금을 지급해야 경비원 감원 사태가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도 아파트 경비원 고용을 안정시키기 위해 고령자 1인 고용시 사용자에게 15만원을 지급하는 ‘고령자 고용촉진 장려금 제도’와 정년 초과자를 고용하는 기업에 최대 12개월 동안 1인당 월 30만원을 지원하는 ‘정년퇴직자 계속고용 장려금 제도’ 등의 수혜를 보장하고, 지원금액도 현실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키로 했다.
반면 (사)부산시아파트협의회 이진호 사무총장은 “경비업무는 아파트 입주민들의 재산과 생명을 지키는 중요한 업무로 현재는 경비원이 청소 등 변칙적인 근로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질 높은 경비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저임금을 전부 적용하고 고령자에게는 다른 형태의 근로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상반된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한편 경비원 인원 감축과 근무시간 단축 등으로 자칫 아파트 범죄가 기승을 부릴 것에 대비해 방범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경남지방경찰청은 지난달 말 경남지역 아파트 875개 단지를 대상으로 경비원 근무실태를 점검하고, 경비원 감원·휴게시간 적용에 따른 치안 공백을 우려해 ▲경비업체와 합동으로 신고출동 훈련 ▲ 경비원 휴게시간 파악해 순찰노선 점검 ▲ 아파트별 자율방범대 결성 등 다양한 방범 강화대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경남지방경찰청을 제외한 다른 곳에서는 경비원 근무실태 조사는 물론 대응방안 마련도 전무해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경남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지역 치안을 위한 경찰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아파트 치안을 담당하고 있는 경비인력까지 줄어들 경우 치안 공백이 우려된다.”며 “입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청소년 선도나 취객 보호 등의 자율방범 활동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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