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애 주생활연구소 수석연구원

공동주택관리법 제2조 제1항 제9호를 보면, “관리규약이란 공동주택의 입주자등을 보호하고 주거생활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동법 제18조 제2항에 따라 입주자등이 정하는 자치규약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동법 제18조 제2항에는 입주자등은 제1항에 따른 관리규약의 준칙을 참조해 관리규약을 정하도록 하고 있는데, 제1항의 내용을 보면 특별시장·광역시장·특별자치시장·도지사 또는 특별자치도지사(이하 시·도지사)는 공동주택의 입주자등을 보호하고 주거생활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공동주택의 관리 또는 사용에 관해 준거가 되는 관리규약의 준칙을 정해야 한다고 명기하고 있다.

즉, 관리규약이란 입주민등이 스스로 공동주택에 적합한 자치규정을 정하되 각 지자체 관리규약의 준칙을 참고하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법령은 일정한 위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상위법령의 위임에 따라 제정되는 하위법령은 상위법령에 저촉되는 내용을 담을 수 없도록 하고 있는데 각 지자체의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의 적용지침을 몇 개 살펴보면 공동주택관리법의 내용과 다소 차이가 있다.

상위 법령인 공동주택관리법에서는 ‘관리규약의 준칙을 참조하여 관리규약을 정한다’고 명기하고 있는 반면, 서울시와 인천시의 경우 ‘이 준칙에 따라~’, 경기도의 경우 ‘이 준칙을 참조하여~’ 등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지자체임에도 지자체마다 차이가 있다. 이로 인해 공동주택 일선에서는 많은 혼선을 초래하고 있는데 일부 관리사무소장과 입주자대표들은 지자체 준칙과 똑같이 관리규약을 개정해야 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표 1. 지자체 공동주택 관리규약준칙의 적용지침 일부 비교

공동주택관리법에서 말한 ‘관리규약의 준칙을 참조하여’의 ‘참조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참고로 비교하고 대조해 본다’의 의미이지만 일부 지자체에서 쓰는 ‘이 준칙에 따라’의 ‘따라’에 해당하는 ‘따르다’의 사전적 의미는 ‘앞선 것을 좇아 같은 수준에 이른다’라는 것으로 전혀 다르게 해석된다. 관리규약의 의미가 입주자등이 스스로 정하는 규약인 만큼 지자체 관리규약의 준칙은 각 공동주택별로 관리규약을 제·개정함에 있어 도움을 주고자 예시를 제시한 것뿐인데, 이 예시와 똑같이 해야 하는 것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쉽다.

공동주택의 경우 분양 후 최초로 관리규약을 작성하는 대상은 사업주체인데 사업주체는 공동주택마다 각각의 특성을 고려하기 힘들기 때문에 지자체 관리규약의 준칙과 동일한 관리규약을 따르게 됐던 것이며 이후 관리주체에 의해 공동주택 특성에 따라 관리규약을 개정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리규약의 준칙을 따라야 한다고 잘못 이해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된 연유를 살펴보면 지자체의 공동주택 관리규약준칙의 잦은 개정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10년 전(8차 개정, 2013.03.09.)만 하더라도 관리규약의 준칙 적용지침을 살펴보면 ‘공동주택관리규약은 이 준칙을 참고하여 개정하는 것이며~ (이하생략)’ 라고 명시돼 있으나 최근 개정(17차, 2023.09.26.)된 적용지침에는 ‘공동주택관리규약은 이 준칙의 개정 방향과 취지에 적합하도록 개정하여야 하며~ (이하생략)’ 라고 명시돼 있어 잦은 개정으로 인해 관리규약 준칙이 의도했던 방향이 잘못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

표 2. 서울시 공동주택 관리규약준칙의 적용지침 일부 비교

이러한 상황과 비슷한 심리현상을 ‘만델라 효과(Mandela effect)’로 설명해 볼 수 있다. 만델라 효과란 진실이나 실존했던 사건이 아님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에 대한 거짓된 기억을 공유하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2009년경 넬슨 만델라(1918~2013)의 투병 소식이 뉴스에 전해지자, 많은 미국인들은 1980년대에 이미 옥사한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왜 아직도 살아있는지 의아하게 여기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렇게 무언가 집단적으로 잘못 기억되고 있는 것을 뭉뚱그려 ‘만델라 효과’라고 칭하게 됐다.

많은 사람들이 만델라가 죽었다고 인식한 원인을 살펴보면, 1980년대 감옥에 있던 만델라가 아프다는 것이 전 세계에 보도됐고 미국의 한 일간지는 “혹자는 만델라가 옥사할 가능성을 높게 봤다”고 보도했으며 그 당시 만델라와 같이 저항하던 남아프리카공화국 운동가들의 장례식이 전 세계적으로 자주 방송됐고 “넬슨 만델라를 기억해야 할 때”와 같은 오해하기 쉬운 기사 제목과 만델라 흉상을 세우는 다양한 기념 행사가 열려 만델라가 죽었다고 오해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만델라는 종신형을 받고 복역 중이었고 1990년 석방돼 1993년에 노벨평화상을 받고 이듬해 남아프리카공화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당선됐으며 2013년 95세를 일기로 서거했다.

공동주택 관리규약준칙은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입주자등을 보호하고 주거생활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하는 바람직한 방향에서 시작됐으나 준칙에 대한 오해로 입주민등이 사유재산 관리에 대한 권리를 침해당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단어 사용에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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