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6단지아파트 문종일 관리소장

지은 지 오래된 임대아파트는 초창기 관리비 절감과 주민간의 화합을 위해 계단, 복도를 주민이 청소하고, 월 1회 물청소만 하는 경우가 있었다. 지금은 그런 곳이 거의 없고 매일 청소하는데 나는 29년간 월 1회 물청소만 하는 아파트에 왔다.

그동안은 경비원이 1층 출입구나 엘리베이터 내부를 청소해 왔는데 2021년 경비원법 개정으로 경비원은 건물내부를 청소할 수 없어 승강기 안은 청소를 못 하고 있다.

또한 숙취로 인한 구토물과 반려동물 배설물을 닦는다고 해도 밀폐된 공간이라 공기 질이 나빠 노약자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욕을 먹더라도 매일 청소하는 방법으로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관리비 증가 때문에 누가 감히 나서서 방울을 달 것인가. 관리소장이 추진하다가 주민이 반대하면 소장직을 그만둬야 할 수 있어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고민하고 있던 차에 몇 명의 주민이 찾아와서 매일 청소하자고 제안했다.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고 주민이 안건을 제안하도록 해 대표회의 의결을 받았다.

문제는 미화원 숫자에 따른 관리비 증가인데 이는 관리소장이 입주민을 설득해 동의받도록 해 즉시 미화원 6명, 4명, 3명일 때의 관리비 증가액을 입주민들에게 공고하고 동의서를 세대에 보내 받았다.

현재의 물청소 비용이 월 330만원인데 4명을 채용하면 월 680만원으로 350만원이 추가되며 이는 가구당 월 3500원이다. 그러나 내가 부임한 후 외부차량 주차비, 승강기 광고비, 관리비 잔액 정기예금 이자를 합하면 월 131만원이므로 이를 관리비로 보전하면 실제 주민부담은 월 2160원이라고 안내했다.

이를 통해 월 1회 계단, 복도 물청소하던 것을 매일 청소하는 방법으로 바꿨다.

29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해결하지 못한 큰 숙제 하나를 해결하니 가슴이 벅차다. 어떤 일이든지 하면 된다고 자부하게 됐다.

이와 함께 2019년 12월 주말 새벽 4시 30분 15층 아파트의 6층에서 불이나 8세대가 전소됐지만 70명의 주민이 대피하는 사고임에도 인명피해가 없어 모범적으로 잘 대응한 것에 대한 소방서장 표창을 받은 경험이 있다.

주말 이른 새벽의 화재로 피해 입주민들은 집안이 몽땅 타서 집에 들어갈 수 없고 마실 물, 식품, 옷가지, 이불 등이 없어 생활이 막막했다. 관리소에서 지원할 수도 없는 처지에 발만 굴리고 있다가 휴일에도 지자체는 상황실이 있으리라는 생각이 떠올라 연락했더니 지원부서와 연락해 생필품과 담요 등을 지원해줬다.

또 장기간에 걸친 수리로 갈 곳을 잃은 입주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SH공사와 협의해 공가를 이용해 생활하도록 도와주고 8세대는 가입해둔 보험으로 1600만원을 보상받아 부담 없이 재활할 수 있었다.

노약자와 장애인 등 취약계층이 많이 거주하는 영구임대아파트 특성상 시설 보험은 SH공사가 가입했으나 세대의 가전제품이나 가재도구 등의 피해나 이웃집에 불이 번져 손해를 입었을 때는 보상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음을 예상하고 잡수입으로 화재보험에 가입해 둔 것이 효자 역할을 했다.

지금 생각해도 어려운 형편에 있는 주민의 화재보험을 잡수입으로 가입하겠다는 발상은 선견지명이었다. 그 후 우리 아파트 사례가 전파돼 다른 임대아파트도 잡수입으로 세대 화재 단체보험에 가입하는 계기가 됐다. <SH공사 수기공모전 장려상 수상 수기 내용 중 일부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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