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공동주택관리법에서는 ‘관리주체’를 자치관리기구의 대표자인 관리사무소장, 관리업무를 인계하기 전의 사업주체, 주택관리업자, 임대사업자 또는 주택임대관리업자로 지정하고 있다. 그런데 곰곰이 들여다 보면 동별 대표자들로 구성된 입주자대표회의가 관리주체에서 빠져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상하지 아니한가?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을 가정하더라도 내 집을 관리하는 주체는 집의 주인이 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이는 집을 관리하는 것이나 처분하는 것이나 소유권의 일부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업주체나 임대사업자도 관리주체가 될 수 있는데 분양아파트에서 입주민들의 대표격인 입주자대표회의가 관리주체에서 빠져있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아 보인다.

민법인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는 관리주체라는 용어자체가 없다. 그러면서 공동주택관리법에서는 관리주체라는 개념에 대한 정의는 없이 대상만 지정해서 혼란을 주고 있다. 정의가 없으니 상식적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는데, 구분소유자들이 관리단을 구성하여 관리에 관한 업무 등을 결정한다고 볼 수 있어 굳이 말하자면 관리단을 관리주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관리단의 대표로 구분소유자가 아닌 제3자도 될 수 있는 관리인까지 관리주체로 본다면, 같은 맥락으로 공동주택관리법에서 자치관리기구의 대표자인 관리사무소장을 관리주체로 포함시킨다 하더라도 입주자대표회의를 제외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공동주택 관리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들도 법과 다르다. 대표적인 것으로, 공동주택관리법 제23조에는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의 입주자등은 그 공동주택의 유지관리를 위하여 필요한 관리비를 관리주체에게 납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법대로 한다면 위탁관리를 받는 아파트의 관리비는 주택관리업자에게 납부를 하여야 하지만 그렇게 하고 있는 아파트는 대한민국에 한 곳도 없다. 입주민들은 입주자대표회의 명의의 통장에 관리비를 납부하고 있다.

그리고 자치관리, 위탁관리를 막론하고 일상의 관리업무에서 관리사무소장이 입주자대표회의의 관리나 통제를 받지 않고 수행하는 업무는 거의 없다. 경비, 청소, 커뮤니티 시설 운영 등을 위한 용역업자선정도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주도하고 결정하면서도 용역업체와의 계약만 법에 따라 관리주체인 주택관리업자 혹은 그 관리사무소장이 하고 있어 ‘눈 가리고 아웅’이다.

민법적으로도 자치관리의 관리사무소장이든, 위탁관리의 주택관리업자든 관리에 관한 비용부담이나 이익귀속의 주체가 아니며 입주자대표회의와의 관계에서 피용자의 지위에 있는 것이 분명한 바, 이들은 관리업무집행자 혹은 관리권행사의 대행자의 지위에 불과하다 할 것이다. 따라서 자치관리기구인 입주자대표회의가 빠진 상태에서 관리사무소장이나 주택관리업자가 관리주체라는 지위를 갖는 것은 실질적인 권한은 없고 책임만 강요당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본지 사설을 통해서 거듭 주장하는 바이지만, 권위있는 학자들과 실무에 정통한 전문가들의 참여를 통한 현행 공동주택관리법의 전면적인 재검토가 시급하다.

저작권자 © 아파트관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