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에 부산대학교에서 개최된 한국집합건물법학회의 학술대회에서 일본 와세다 법학대학원의 카마노 쿠니키(鎌野邦樹) 교수가 일본 구분소유법의 개정에 대해 기조강연을 하였다. 일본 법무성 구분소유법 개정위원회 분과위원장으로 개정에 참여하고 있는 카마노 교수는 강의에 앞서 일본의 구분소유법 개정이 진행되고 있는 현황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였는데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히 인상깊었다.

우리나라 ‘집합건물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집합건물법)’의 모델이 된 일본의 구분소유법은 1962년에 처음 제정되었고 가장 최근 개정된 것은 2021년으로 알려졌는데 내년 6월에 국회 논의를 목표로 현재 15번째 전문가 심의회의를 마친 상태라고 한다. 전문가에 의한 신중한 개정 과정 하나만으로도 우리나라 공동주택관리법의 제정과 개정 과정과는 큰 대비가 된다.

2016년에 시행된 우리나라 공동주택관리법은 통계를 보면 시행후 5년간 무려 150여건의 개정안이 국회의원과 정부에 의해서 우후죽순처럼 발의되고 30여차례 개정이 이루어질 만큼 신중하지도 못했을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카마노 교수와 같은 민법학자들을 중심으로 한 전문가들의 검토조차 없었다.

앞서 2015년에 주택법에서 분리되어 제정된 공동주택관리법 제정 과정에서조차 민법학자들의 참여가 있었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고, 의원입법 형식을 빌어 골격은 기존의 주택법을 답습하면서 관리에 관해서만 분리하고 몇가지 민원 사항을 추가하여 현재의 공동주택관리법을 만들어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사실은, 기존의 주택법과 주택법시행령에 담긴 공동주택관리에 관한 부분조차 주택건설촉진법 시절인 1979년 11월에 제정된 공동주택관리령에 근간을 두고있다는 점은 법의 현실성에도 의문을 줄 정도 인데, 이후 민법 전문가들의 제대로 된 검토조차 한 번 없이 40여년을 내려오고 있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일례로, 공동주택관리법 제23조에서는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의 입주자 등은 그 공동주택의 유지관리를 위하여 필요한 관리비를 ‘관리주체’에게 납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동법에서 관리방식이 위탁관리인 경우에 ‘관리주체’는 주택관리업자로 규정하고 있는 바, 위탁관리를 받고 있는 아파트에서 관리비는 주택관리업자에게 납부를 해야한다. 그러나 실제로 주택관리업자 통장으로 관리비를 납부하는 아파트는 우리나라에 한 곳도 없다.

더 나아가 위탁관리를 한다고 해서 과연 집주인을 두고 주택관리업자가 ‘관리주체’가 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동법 제52조에서 “주택관리업자의 지위에 관하여 이 법에 규정이 있는 것 외에는 「민법」 중 위임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는 것과 이해상반되지 않는지 궁금하다.

공동주택관리는 속성상 개인의 사유재산관리에 관한 문제로 사법(私法)인 집합건물법의 토대 위에서 이루어져야 하는데 현실은 공동주택관리법과 행정기관의 지침에 의해 좌지우지되고있다. 그로 인한 혼란과 수 많은 문제점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 우리나라 공동주택관리의 현주소로 전문가들의 참여 속에 전면적인 재검토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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