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등 행정기관에서 입주자대표회의나 관리주체에 부과하는 과태료로 인해 아파트가 몸살을 앓고 있지만 정작 문제해결에 앞장서야 할 국토교통부는 크게 관심이 없어 보인다.<본지 11월 13일자 제1461호 1면 기사 참조>

아파트에 과태료가 부과되는 내용을 살펴보면 크게 장기수선충당금의 집행과 관련되거나 국토부고시인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이하 ‘선정지침’) 위반으로 나뉘어 진다.

장기수선충당금과 관련된 무리한 과태료 부과에 대해서는 본지에서도 꾸준하게 기사와 사설을 통해서 문제점을 제기해 온 바 합리적인 제도개선에 국토교통부가 서둘러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이지만, 시급한 것은 국토부 차원에서 스스로 할 수 있는 ‘선정지침’의 합리적인 개선이다.

2010년 7월 법개정과 국토부장관고시로 시행된 ‘선정치침’은 아파트라는 사유재산관리 문제에 ‘비리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정부가 개입을 한 것인데, 너무 세세하게 지엽적인 부분까지 관여를 하면서도 하나의 원칙만을 제시하여 민간 아파트 관리의 다양성과 자율성을 지나치게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아파트는 규모가 클 수도 작을 수도 있으며, 대도시의 도심부에 있을 수도 외곽이나 지방의 시골과 같은 곳에 있을 수도 있다. 노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아파트도 있는가 하면 신혼부부나 어린이들이 많이 거주하는 아파트도 있다. 상대적으로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계층이 거주할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설혹 같은 지역, 같은 규모의 아파트라 하더라도 구성원들의 취향이 다를 수도 있다.

아파트 입주민이든 정부든 ‘아파트관리를 투명하게 잘하자’는 목표는 같을 것이다. 그렇지만 투명하게 잘 하는 방법은 다양하게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는 것이 목표라고 주어졌을 때, 사람의 취향에 따라 가는 길, 이용하는 교통수단, 시간 모두 제각각일 것이지만 거기에 정답은 있을 수 없다. 부산에 도착을 안했다면 틀린 것이지만 도착했다면 가는 길이나 방법이 다를 뿐이다.

국토부의 ‘선정지침’은 장관이 정한 하나의 원칙만을 집주인인 입주민들에게 강요하는 행위나 다름없기에 법에서 위임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매우 신중하게 만들어져야 한다.

사유재산관리에 관여하면서도 소유자나 사용자들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제도는 개인의 권리를 지나치게 침해할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발생하는 다툼과 분쟁은 입주민들에게 시간적, 물적, 정신적인 피해를 주게 된다는 점을 무겁게 받아 들여야 할 것이다.

‘다름’에서 오는 분쟁은 정답이 있을 수 없다. 제3자인 국토부장관이 정한 지침만이 오직 옳은 것이고, 그것을 따르지 않았다고 과태료를 부과한다면 정부와 행정기관의 횡포로밖에 인식되지 않는다. 지자체가 부과한 과태료에 대해서 법원이 부과 취소를 명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는데 그 사유를 자세히 들여보고 서둘러 합리적인 개선방안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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