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 서울 서초구에서 초등학교 담임 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 이후 학교 현장에서는 ‘학부모의 악성 민원으로 교권이 붕괴됐다’는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그동안 수세에 몰려있던 교사들도 이 사건을 계기로 집단행동에 나섰다.

그 결과 분위기가 급반전하여 정치권에서는 초·중등교육법과 아동학대처벌법을 개정해 교사의 생활 지도에 아동학대 면책권을 부여하겠다고 약속하였고,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도 “그동안 학부모로부터 민원이 발생한 순간부터 교사에게 가급적 조용히 해결하라고 접근한 것을 반성한다”고 밝히면서 “앞으로는 민원 내용이 부당한지를 균형 있게 판단해 교사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은 2014년 9월 29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법으로, 같은 날 아동복지법도 개정되어 아동학대 범죄가 확정되면 ‘형벌의 경중과 관계없이’ 학교와 같은 아동 관련 기관에 10년간 취업이 제한되게 되어 있어 교사들에게는 공포스러운 법이 되었다. 이러한 과도한 부분은 2018년 6월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이 있었음에도 이 법을 악용한 학부모들의 교사들을 상대로 한 아동학대 고소는 그 이후로도 계속 교사들을 괴롭혀 왔던 것이다.

어떤 사회문제가 대두되면 그 원인과 배경을 밝혀서 근본적인 해결을 하는데 힘을 모아야 하는데 모든 것을 법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다. 필요한 법이라면 만들어야 하지만, 요즘 입법과정을 보면 진정성 있는 연구와 검토를 거쳐 만들어진다기보다 여론 무마용 대책으로서의 입법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러한 입법은 목적의 선의를 과도하게 신봉하고 해당 사건의 방지를 위한 엄벌에 치중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아동학대처벌법 역시 어느 부모의 아동학대 사건을 계기로, 아동을 보호하여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도록 한다는 목적으로 서둘러 만들어 졌다. 그 결과 가정에서 발생하는 아동학대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었으나, 학교라는 환경에서는 학부모와 교사 간의 갈등을 유발시키고 민원을 통해 교사를 괴롭히거나 교권을 떨어트리는 수단이 되어 큰 부작용을 불러왔다.

이번 일련의 사태를 계기로, 우리나라 공동주택 관리에 있어서도 법률만능주의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 아파트는 원래 사유재산으로 그의 관리에 관한 문제도 철저히 사적인 영역에 있다. 시설 안전에 관한 제도적인 장치는 예외로 하더라도, 공동주택의 관리 방법에까지 지나치게 깊숙이 관여하는 공동주택관리법이나 국토교통부 장관 고시는 입주민의 다양한 선호나 자율적인 선택을 제한하고 획일화할 우려가 크다.

또한 세부적인 부분까지 획일화된 기준은 특정 민원인들의 고소고발의 빌미로 활용되어 아파트관리에 혼란을 초래하고 입주민 간에 갈등과 비효율을 증가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살고 있는 아파트의 모든 문제를 융통성 없는 법으로 다 해결할 수 없다. 입주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율성을 크게 훼손하지 않은 범위에서 법이 만들어져야 소수의 악성 민원인들이 법을 악용하는 일과 그로 인한 부작용도 피해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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