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는 8월 서울 강남구와 동작구에 내린 118년 만의 기록적인 집중호우와 9월 영남지역의 태풍 힌남노 등 대형 수재로 인한 물적, 인적피해가 유난히 컸다. 이를 계기로 침수피해 예방제도가 강화되었는데, 공동주택에 관련된 내용을 살펴보면 시설 전반에 대해 3년 주기로 수립하게 되어 있는 ‘안전관리계획’에 지하주차장의 침수예방이 의무화 되었고, 우기 안전진단 대상시설에 주차장이 포함되었다.

관심을 끄는 것은 물막이판 설치에 대한 대폭적인 규제완화이다. 기존에는 행위허가 대상이었던 물막이판을 주차장, 주택단지 안의 도로의 부대시설로 보아 입주자대표회의의 동의를 받아 행위신고로 할 수 있게 되었고(2023.06.30. 국토교통부 공문), 장기수선충당금의 사용이 원칙이지만 장기수선계획에 반영되지 않았다면, 재난 및 재해 예방의 이유로 수선유지비로 집행가능하게 되었다(4월 국토부 질의회신).

제도의 적용을 유연하게 해준 것은 반길 일이지만, 그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과한 과태료를 적용하며 일반수선공사와 장기수선공사를 엄격하게 분리하여 관리하던 정부의 태도 변화가 의아하다. 현장에서는 혹시 이런 규제 완화가 물막이판의 준비와 설치에 대해 더욱 강하게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 아닌지 모두들 부담을 느끼고 있다.

물막이판의 설치 기준에 대해서는 행정안전부의 자연재해대책법 고시 제2022-85호 ‘지하공간 침수 방지를 위한 수방기준(2022. 12. 29. 전부 개정)’ 제10조(물막이판, 모래주머니 등)에 다음과 같이 고시되어 있다.

①지하 공간의 침수 방지대책으로 출입구에 방지턱을 설치하여도 지하 침수를 완벽하게 방지하지 못하는 경우 물막이판 또는 모래주머니 등을 설치하여 침수를 방지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②물막이판은 자동 운행이 가능(비상시 수동전환 가능)하도록 설치하여야 하며 자동 운행 시 차량에 의한 교통사고 등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하여야 한다. 또한 자동 운행 물막이판 설치가 어려울 때는 일반 물막이판 또는 모래주머니 등을 활용하고, 모래주머니 등은 충분한 양을 출입구 주변에 비축하여야 한다.

지하공간의 침수예방은 방지턱이 원칙이고, 피치 못해 물막이판을 설치해야 한다면 자동 운행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물막이판에 따라서는 하나 설치에도 두 사람이 5분 이상 소요되는데, 큰 단지는 수십 개에 이르기도 한다. 피해는 거의 집중호우 때문이므로, 단시간에 설치를 끝내려면 당연히 자동이 되어야 한다. 장기수선충당금 대신 수선유지비도 사용할 수 있다고 하지만, 자동식으로 하려고 하면 그 금액이 수선유지비로는 감당이 되지 않을 정도로 올라간다. 더욱 어려운 것은 교통사고 등 2차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에 물막이판을 섣불리 미리 설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원칙과 실상이 이러할 진데,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수단인 물막이판이 침수피해에 대한 책임 전가나 구상권청구의 근거로 악용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물막이판은 책임 전가를 위한 전가의 보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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