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의 고시로 제정된 주택관리업자 선정지침의 문제점에 대해서 본지는 작년 말 일련의 사설<11월 14일, 28일, 12월 5일자 참조>을 통해 지적한 바 있다. 특히 주택관리업자 선정을 위한 적격심사제 표준평가표는 2013년 7월 1일부터 적용되어 이제 만 10년째를 맞이하고 있지만 목적성과 합리성이 크게 결여된 채로 입주민과 시장의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정부가 표준 평가항목을 제시하고 거기에 배점까지 나누어 준 것까지는 이해를 할 수 있다 하더라도, <비고>란을 통해 제시한 구체적인 평가 기준은 아무리 보아도 납득할 수 없는 대목들이 있다.

예를 들면, ‘신용평가등급’ 배점이 15점인데 기업신용평가등급이 BB0만 되어도 만점이 되고, 더구나 차점인 BB-는 14.5점으로 불과 0.5점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15점 배점의 의미가 무색하다. 배점이 10점인 ‘관리실적’도 ‘5개 단지를 상한으로 만점 기준을 정할 수 있다’고 하여 500개 단지를 관리하는 자와 5개 단지를 관리하는 자에 대해서 입주민들이 전혀 변별력을 둘 수 없도록 못박고 있다. 사업계획의 적합성을 따지는 평가는 배점이 5점에 불과하지만 임의평가로 진행되어 통상 1~5점의 점수차이가 나는 것과 비교하면 그 모순된 점을 잘 알 수가 있다.

특정 아파트에서 입주자대표들이 그러한 기준을 만들었다 하더라도 과연 그것이 일반 입주민들의 이익에 부합하는 결정인가 의심이 갈 대목인데, 국토부가 앞장서서 그러한 획일적인 기준을 제시했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러한 발상은 도대체 어디서 나왔으며, 그렇게 할 수 있는 권한은 어디에서 부여되었는가?

이에 대해 국토부는 표준평가표 하단에 있는 ‘주택관리업자 선정 시에는 본 표준평가표와 관리규약에서 정한 평가표 중 적합한 것을 선택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면피성 해명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관리규약에 따로 정함이 없으면 국토부가 제시한 엉터리 기준을 따라야 한다는 것인데 이것은 올바른 대답이라 할 수 없다.

주택관리업자 선정과정의 비리를 막고 우수한 사업자가 선정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 2010년 당시 국토부가 고시를 통해 선정지침을 마련한 취지였다. 그런데 현재 선정지침은 배점이 크고 객관적으로 변별력이 분명한 항목에 대해 국토부가 불필요하게 직권으로 개입하여 오히려 차이를 둘 수 없도록 강요하고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배점이 5점에 불과하지만 소수 참가자들의 임의평가로 진행되는 ‘사업제안(사업계획의 적합성)’에 의해 관리업체 선정 당락이 결정되도록 유도함으로써 오히려 객관적으로 우수한 사업자가 선정되는 것을 국토부가 교묘히 방해하고 있다는 오해를 넉넉하게 받고있다. 임의평가는 평가자들의 주관에 좌우되는 것으로 로비의 대상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이는 당초 국토부가 선정지침을 만든 목적과 크게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정부가 사적자치 영역에 관여한다면, 분명한 명분과 거기에 걸맞는 객관적 기준이 제시되어야 한다. 우선, 표준평가표에서 <비고>로 제시된 불합리한 기준들부터 당장 삭제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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