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의 예방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화재예방법)에 따라 오는 6월 1일부터 특급과 1급 소방안전관리대상물의 소방안전관리자는 다른 안전관리자(전기, 가스, 위험물 등)와 겸직이 금지된다. 그동안 공동주택이나 집합건물에서는 보통 전기안전관리자가 소방안전관리자를 겸직하여 왔는데, 화재예방법의 부칙에서 정한 유예기간이 종료됨에 따라 겸직이 금지되는 것이다. 특급과 1급은 2급 이하 등급보다 높은 층수의 건축물인데, 화재 발생 시 상대적으로 위험이 크므로 소방안전관리업무를 전담하여 예방의 실효성을 높이자는 취지일 것이다.

전기안전관리자, 소방안전관리자 외에도 승강기안전관리자, 어린이놀이시설안전관리자와 같은 여러 종류의 안전관리자가 있으며, 별도로 기계설비유지관리자도 있다. 이런 다양한 종류의 안전관리자의 겸직에 관한 사항은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별표1(공동주택관리기구의 기술인력 및 장비기준)에서 정하고 있는데, 이는 기존의 전기안전관리법, 기계설비법, 화재예방법 등의 개별법에 더하여 이중으로 규제를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사회가 화재 등의 재난예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귀중한 인명과 재산 피해를 막기 위한 것이기에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단순한 기준으로 다양한 안전관리자의 겸직을 금지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방법인지 의문이 든다. 예를 들어 5000세대가 넘어도 최고층이 30층 미만인 공동주택이면 2급 소방안전관리대상물이 되어 소방안전관리자의 겸직이 허용되고, 이보다 규모가 훨씬 적은 150세대는 최고층이 30층이 넘으면 1급이라는 이유로 겸직이 금지되는 모순이 발생한다. 게다가 겸직이 금지되는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입주민의 관리비 부담은 상대적으로 커지게 된다.

또한 겸직금지로 감시적 활동에 비중을 두었다고도 볼 수 없는 것이, 소방안전관리자는 보통 일근직으로 화재사고는 대부분 경비원이 근무하는 야간이나 경비원의 휴게시간에 일어난다. 격일제 근무자인 경우도 소방안전관리자가 매일 현장에 대기를 할 수 없다. 결국, 겸직금지는 그럴듯한 명분만으로 소비자의 부담만 가중시킬 뿐 실효성이 별로 없어 보인다.

공동주택에서는 지난해에 기계설비유지관리자 선임 문제로 많은 어려움이 있었는데, 이제 소방안전관리자 문제로 어려움이 가중되었다. 이미 고령화, 저출산 등의 영향으로 시설관리 부문의 구인난이 심각한데, 상주 안전담당자를 늘리는 방법은 시대의 흐름에도 맞지 않아 보인다.

4차 산업 혁명 시대를 맞아 이미 일본이나 서구에서는 24시간 원격 감시, 전문기업 위탁, 순회 점검 등의 대안이 보편화되고 있는데, IT강국이라는 우리나라가 굳이 실효성이 애매한 상주를 강화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면피성 행정, 사고 발생 시 희생양을 삼기 위한 것이 아니기를 바란다.

만약 안전관리인력 겸직금지의 숨겨진 의도가 일자리 창출이라면 좀 더 발전적이고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소방 및 재해예방 산업의 발달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안전’이라는 프레임으로 실효성 없는 대책을 제도화하여 소비자의 부담만 가중시키는 정부와 국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 법과 제도를 제대로 고칠 것이 아니라면, 그대로 두는 것이 차라리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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