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생활연구소 이영애, 박유나 연구원

공동주택의 위탁관리수수료는 위탁관리회사에 관리를 위임하고 그에 대한 대가로 지불하는 비용으로 위탁회사의 입장에서 보면 본사 경비에 해당하는 일반관리비와 기업이윤이라고 볼 수 있다. K-apt 통계를 살펴보면, 위탁관리수수료는 전국 평균 8원/㎡(2023년 1월 기준)이며, 가장 높은 지역은 서울과 울산 10원/㎡, 가장 낮은 지역은 광주와 전남도 4원/㎡이다. 국민주택규모인 85㎡로 환산했을 때, 전국 평균 세대당 680원이며, 적게는 340원에서 많게는 850원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주생활연구소가 진행한 ‘공동주택관리 태동기 위탁관리업 운영에 대한 조사(2016.07)’에 따르면 1980년대 주택관리업 초기에는 위탁관리수수료가 3.3㎡당 33원(10원/㎡)이었는데, 약 40여년이 지난 지금과 비교해 보면 제자리를 지키기는커녕 오히려 낮아진 것을 알 수 있다.

주택관리업 초창기에 제시됐던 3.3㎡당 33원이라는 위탁관리수수료는 과연 적당한 금액이라고 할 수 있을까? 초창기 주택관리업자들은 업무를 위탁받으면서 정당한 보수가 아닌 위탁수수료의 개념으로 수익을 취한 것으로 보이는데, 일반적으로 수수료라 하는 것은 어떤 일을 맡아 처리해 준 데 대한 대가로서 지극히 단순하고 획일적인 일회성 업무에 해당하는 것으로 공동주택 관리업무에 수수료 개념을 적용한 것은 관리업무를 단순한 업무로 바라봤기 때문이라고 연구소는 분석했다. 공동주택 관리업무는 물리적, 사회적 상황에 따라 달라지고 매월의 업무가 연속성을 가지며 시설, 회계, 노무 등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함에도 이에 대한 정확한 분석 없이 보수에 대한 대가를 단순한 수수료로 책정한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심지어 2010년 7월 6일 시행된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에 따라 관리비용이 아닌 위탁관리수수료를 가장 낮게 제시한 업체가 낙찰되는 최저낙찰제가 도입되면서 입찰가격 산출내역서에 ㎡당 1원이라는 터무니없는 금액을 제시하기에 이르렀다. 위탁관리수수료가 낙찰 기준이 된다는 것은 업체마다 위탁관리서비스가 동일하다는 말도 안 되는 전제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만약 위탁관리서비스가 동일하다 해도 본사 운용을 위한 유일한 재원인데 과연 1원으로 주택관리업의 전문성을 살릴 수 있을까? 최저낙찰제로 인해 역량을 갖추지 못한 부실한 업체가 선정되고 계속되는 문제 제기로 인해 2013년 7월 1일부터 ‘적격심사제’가 도입돼 대다수의 공동주택에서 적격심사제를 채택하고 있으나 여기에도 문제점이 있다. 적격심사제에 사용되는 표준평가표의 변별력이 떨어져 사실상 입찰가격이 낙찰을 좌지우지하고 있는데 입찰가격 산출내역서에는 여전히 항목별로 ㎡당 1원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행동 심리는 ‘앵커링 효과’로 설명해 볼 수 있다. 앵커링 효과는 닻(anchor)을 내린 배가 많이 움직이지 못하는 것처럼 최초에 제시된 숫자가 기준점 역할을 해 합리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고 이후의 판단에 영향을 주는 현상을 일컫는다. 상품 가격을 다소 높게 조건을 제시해 상대방에게 기준점으로 인지하도록 한 후, 중간 지점에서 타협해 파는 경우가 그런 경우라 할 수 있겠다. 반대로 기준점을 낮게 제시하면 어떻게 될까? 사회적으로 공동주택 관리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공동주택관리업의 발전은 더디기만 하다. 공동주택관리업의 주요 수입원이라 할 수 있는 위탁관리수수료가 오랫동안 낮은 가격으로 유지되고 있어 주택관리업 차원에서의 시스템 개발, 인력 및 서비스 개발 등 한계가 있으며, 결국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주택관리업무는 관련법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시설, 회계, 노무, 민원처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지식과 기술을 필요로 하고 있으며, 점점 더 복잡해지고 고도화되는 시설과 다양한 입주민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지금의 위탁관리수수료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관행처럼 지속돼 온 위탁관리수수료를 단기간에 적정화시키기는 힘들겠지만, 이제는 ㎡당 1원이라는 근거 없는 기준점이 아니라 본래의 가치대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새로운 닻을 내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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