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의 한 아파트를 관리하는 A회사가 장기수선 대상인 CCTV 설치공사를 진행하면서 관리비를 용도 외로 사용하였다고 과태료 처분과 함께 45일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A사는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으나 기간이 30일로 줄었을 뿐 영업정지를 피할 수는 없었기에 대전지방법원에 영업정지 처분취소 청구소송을 제기하였고 법원은 이를 기각하였다고 한다. (본지 4월 10일자 및 이번호 1면 기사 참조)

우리나라 공동주택관리에 대한 기본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 현실에서 벌어진 것으로, 내용을 파악해 볼수록 애매한 법과 행정기관의 무지에서 오는 횡포로 밖에 보여지지 않는다.

먼저 법을 살펴보면, 공동주택관리법 제53조 제1항과 제8호에서는 ‘제90조 제3항을 위반하여 관리비·사용료와 장기수선충당금을 이 법에 따른 용도 외의 목적으로 사용한 경우에는 1년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영업의 전부 또는 일부의 정지를 명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는데, 제90조 제3항은 ‘입주자대표회의 및 관리주체는 관리비·사용료와 장기수선충당금을 이 법에 따른 용도 외의 목적으로 사용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조항이다.

A사에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주지 않아 구체적인 상황을 살펴보는 데는 제약이 있으나, 판결문에서 판사는 ‘A사가 관리비 용도에 속하지 않는 공사를 진행하면서 그 비용을 관리비에서 지급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힌 점으로 보아서 장충금에서 집행하여야 할 비용을 관리비에서 집행하였다는 것이 영업정지가 내려진 사유로 추정할 수 있다.

A사가 관리비나 장충금을 횡령하거나 사적인 용도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면, 설사 장충금에서 집행해야 할 것을 관리비에서 집행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아파트를 위해서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을 거쳐 사용된 비용에 대해서 영업정지까지 명한 것은 행정기관의 횡포로 보여 질 수 있고 그것을 인정한 판결은, 사실관계를 충분히 입증하지 못한 관리회사의 책임도 있겠으나, 헌법의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었다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판결문에서 ‘A사가 공사를 진행했다’고 되어있으나 우리나라 아파트가 위수탁관리계약을 통해 위탁관리회사에 일반 수선공사나 장기수선공사를 맡기는 경우는 전무한 것이 현실인 점에 비추어보면, 입주자대표회의가 수행한 공사에 대해서 위탁관리회사인 A사 소속의 관리사무소장이 집행에 관여한 것을 A사가 마치 임의로 공사를 수행한 것처럼 판사가 오해를 한 것으로 보인다.

관리소장의 잘못된 판단이든, 아니면 긴급한 일부 CCTV의 보수를 위해서 장기수선계획에 없는 장충금을 집행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을 거쳐 우선 관리비로 집행을 한 경우든, 추후에 얼마든지 내부적으로 바로잡을 수 있는 내용이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위탁관리회사가 계약상 의무도 아닌 아파트내 공사에 대한 비용처리 문제로 영업정지를 받는다는 것은 사적자치 영역에 행정기관이 관여하도록 한 법의 취지를 넘어 과도한 규제 행위라 비난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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