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대치동 모 아파트에서 70대 경비원이 호소문을 남기고 숨진 사건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다. 숨진 경비원은 ‘관리소장은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책임져야 한다’는 호소문을 남겨 일반인들에게는 소위 직장내 ‘갑질’ 사건으로 인식되기 쉽다.

그러나 정확히 말하면, 관리소장과 그 경비원은 같은 회사의 소속이 아니고, 경비원은 파견 근로자도 아니어서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 사건은 발생 원인의 진위를 떠나 아파트에서 관리사무소장과 경비원, 혹은 위탁관리회사와 경비회사의 관계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과거 2000년대 초반까지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에서 경비비가 일반관리비에 포함되어 있었던 시기가 있었는데 당시는 많은 아파트에서 위탁관리회사가 경비를 포함해서 관리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후 2003년 11월에 시행령 개정을 통해 경비비가 일반관리비에서 분리되면서 경비업무의 외주화가 활발해졌고, 최근 몇 년 사이 경비업법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어 위탁관리회사가 경비업 면허를 따로 취득하지 않은 이상 사실상 직영 경비가 불가능해져 대부분의 아파트에서 전문업체에 의한 용역 경비로 전환되었다.

그렇다면 그런 경비업체에 대한 선정은 위탁관리회사가 하고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는 것이 상식적일 것이다.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일반 입주민들도 대부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제25조에서도 관리주체가 청소, 경비, 소독, 승강기유지 등의 용역에 대한 사업자를 선정하고 집행하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실상은 어떠한가? 자치, 위탁관리 구분없이 거의 모든 아파트에서 입주자대표회의가 앞서 언급된 용역 업자들을 직접 선정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다만 용역 계약 행위만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제25조를 핑계로 관리주체의 명의로 하고 있다 보니, 위탁 관리인 경우는 위탁관리회사가 형식상 계약 당사자가 되고 있다. 그런 까닭에 지난 2월 20일자(제1425호) 사설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분쟁이 생겼을 경우 계약서에 도장만 찍은 위탁관리회사가 억울하게 피고가 되어 법적 공방의 당사자가 되는 일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아파트에서 관리소장이 경비원과 청소원에 대한 통제권을 가지고, 위탁관리회사가 경비와 청소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위탁관리회사는 시설 관리만 하고, 경비, 청소회사는 입주자대표회의가 선정한 별개의 회사이다. 그러다 보니 관리소장의 개별 경비원에 대한 업무 지시나 관여가 타당한 것인가 의문이 든다. 나아가 이러한 관리 형태는 과연 진정한 위탁관리인가 생각하게 만든다.

이웃 일본이나 외국에서는 자치관리가 아닌 이상 위탁관리회사가 경비와 청소를 책임지는 것이 당연한 일로 되어 있고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주민 정서도 상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는데 현실은 다르게 돌아가고 있다. 형식은 위탁관리, 내용은 자치관리에서 나오는 모순은 결국 입주민들에게 피해를 주기 마련인 바 이러한 불합리한 관행은 과감히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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