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순화 주택관리사(조경컨설팅 전문가)

벌써 매화꽃이 꽃망울을 활짝 터뜨리고 님 마중 중이다. 봄바람은 산을 너고 물을 건너 호호 불어대며 꽃잎의 가슴을 봉긋 부풀게 하더니 수줍게 터트린 미소가 발길을 붙잡는다.

반려견과 아파트 주변을 산책하다 보니 한쪽 구석인 곳에 낙엽포대가 수십 개 쌓여있다. 겨우내 흩날리다 여기저기 쌓여있는 낙엽을 걷어냈는지 화단이 깨끗하게 흙의 맨살이 드러나 있었다. 며칠 전 대구에서 근무하는 소장님으로부터 다급히 전화가 왔다.

“네, 다름이 아니고 낙엽을 치워야 하는지 그냥 둬야 하는지 고민이 돼서요. 지금 낙엽 청소를 하고 있는데 동대표분이 왜 치우냐고 그러셔서”, “그런데 소장님 낙엽을 왜 이제 치우세요. 보통 가을에 낙엽 떨어지면 치우는데….”, 소장님은 화단에 낙엽이 너무 두껍게 쌓여있어 나무뿌리에 지장이 있을까 봐 걷어내는 중이라고 한다.

“소장님, 같은 문제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생각하는 것이 달라지듯이 낙엽도 마찬가지예요. 조경하는 분들은 낙엽을 치워라, 치우지 마라. 각자의 주장이 달라요. 저는 관리자 쪽에서 바라볼게요. 낙엽으로 만든 퇴비가 최고의 퇴비가 되지만 아파트 화단의 환경에서는 퇴비가 되기 어렵다는 거예요. 미생물이 적다 보니 부식, 즉 썩지 않고 그대로 있게 되고 낙엽 속에 각종 쓰레기(담배꽁초, 비닐, 과자 포장지, 물티슈 등)도 쌓이고 바람이 불 때마다 여기저기 지저분하게 날려 관리를 안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됩니다. 또 하나 낙엽이 이불 역할을 해 각종 병해충의 온상이 되고 그로 인해 병충해 개체수가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아파트에서 낙엽을 잘 수거해 퇴비 만드는 곳으로 보내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퇴비를 만들려면 양묘장이 있어야 하는데 아파트에 그런 공간을 만들기도 불가능하고 썩을 때 내뿜는 냄새는 더욱 감당하기 힘들다. 가끔 막걸리를 나무에 주면 좋다고 해 막걸리를 사다 뿌려주는 아파트도 있는데 주민들이 냄새 민원을 제기하고 여름철에는 벌레가 생겨 잘한다고 한 일이 괜한 일을 벌인 격이 돼 민원을 만들기도 한다. 토양에 가장 좋은 퇴비는 자연생산물로 만들어 다시 흙이 흡수하도록 한 것이다. 흙의 수명을 늘리는 길은 흙에서 온 것을 다시 흙으로 돌려보내는 것으로 오래전부터 토양 과학자들은 순환농업을 주장했고 서양식 무기질비료나 화학물질의 축척은 동맥경화가 걸린 것처럼 흙이 딱딱해지는 경화현상이 심각해진다고 한다.

봄이다. 화단을 정리하고 부실한 나무들에 무기질비료가 아닌 유기질 퇴비를 먹여 튼실하게 하자. 그리고 비가 오면 도심의 배수구 구멍을 막아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 낙엽이지만 쓸모에 따라 흙을 살리고 나무를 아름답게 키워주는 소중한 자원이다. 묵은 때를 벗겨내듯이 화단을 깨끗이 정리해 새 생명이 움터 오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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