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1년 전국적으로 아파트의 월패드가 해킹 당해 세대 내 영상이 외부로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하여 큰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이를 계기로 홈네트워크의 보안취약성이 부각되었고, 얼마전 대한주택관리사협회는 국토부 요청에 따라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제작한 ‘공동주택 홈네트워크 보안관리 안내서’(이하 ‘안내서’)를 홈페이지, 이메일 등을 통해 전국 공동주택관리사무소에 알리고 기축 공동주택에서도 자체적으로 보안관리를 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안내서의 내용은 네트워크 및 보안장비와 서버, 그리고 관리PC에 대한 보안설정 및 점검 등으로 총 69쪽에 이른다. 이해가 되는 것이, 홈네트워크 시스템은 일견 단순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방재시스템 뿐 아니라 로비폰, CCTV, 주차관제, 공동현관 출입관리 시스템, 옥상 침입탐지기 등 많은 공용부 시스템들이 세대 내 월패드와 연결되어 작동하는 복잡한 통합시스템이기 때문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관리 PC는 관리사무소에서도 자체적으로 보안점검이 가능하도록 제작되었다”고 한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도 ‘기축 공동주택에서도 자체적으로 보안관리를 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안내서의 발간 및 보급은 매우 고마운 일이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관리사무소에서 자체적으로 점검이 가능하다는 관리PC에 대한 내용 중 운영체제의 최신 보안업데이트, 악성코드 탐지 예방활동 등은 사실상 보안 전문가가 아니면 정확한 수행이 매우 어렵다. 또 네트워크 및 보안장비와 서버에 대해서는 제조, 운영사 등과 유지보수 계약을 하라고 되어 있지만 이런 IT기술 계약을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많은 전문적 지식이 필요하다.

한편 최근 발표된 단지내 차량사고에 대한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유권해석에 따르면 입주민의 CCTV 열람 요청시 관리사무소는 제3자의 개인정보가 포함되지 않도록 비식별화 처리 후 입주민에게 제공해야 한다. 그런데 동영상 비식별화 역시 대단히 전문적인 영역임에도 이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이 없어 큰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이 문제들의 원천은 개인정보보호의 강화인데, 개인정보보호는 전문가들도 혼선이 있을 정도로 체계가 복잡하고 변경도 잦다. 이렇게 복잡한 개인정보보호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작년 1월에 발간한 ‘공동주택 개인정보보호 상담사례집’은 전체 234쪽으로 목차만도 다섯 페이지에 달하는 실로 방대한 내용이다.

이러한 사례 외에도, 날로 첨단화되는 설비와 강화되는 법규들로 전기차충전시설 설치, 전자투표 확대 등 그간 위탁관리 본연의 업무였던 공용부분의 유지·보수 및 안전관리, 경비, 청소, 소독 그리고 관리비 및 사용료의 징수와 공과금 등의 납부대행 등의 업무 수준을 넘어서는 첨단, 전문분야에 대한 요구가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증가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할 진대, 정부는 언제까지 현실적인 대책없이 이런 전문적인 업무들을 법령들과 가이드라인, 사례집만으로 관리사무소장에게 떠넘겨서 해결될 일인가 생각해 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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