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소속의 김병기 의원이 300세대 이상의 아파트에서 변호사를 외부 업무 감사로 두고 관리비·사용료의 부과·징수나 각종 계약 체결의 적정성 등 업무 전반을 감사 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동주택관리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하여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1면 관련기사 참조)

지난해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 지역구 민원인의 말만 듣고 변변한 의견수렴과 공청회 없이 현실을 도외시한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하여 입주민들을 대표하는 전국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연합회, 관리업자들의 단체인 한국주택관리협회, 관리소장들의 단체인 대한주택관리사협회 등 공동주택을 둘러싼 당사자와 전문가 집단 모두가 반발하는 사태가 채 사그라지기도 전에 동일한 상황이 반복적으로 일어난 것이다.

본지는 사설 등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국회의원들의 무분별한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 발의에 대해서 우려를 표명해 왔다. 평소에는 공동주택관리법에 관심도 없고, 제대로 연구도 하지 않는 국회의원들이 ‘아파트는 비리가 많다’는 구태의연한 편견에 사로잡혀서 일부 민원인 혹은 이해관계자의 말을 듣고 ‘아파트관리 때리기’를 반복적으로 하고 있는 모양이다.

김병기 의원이 이번 개정안 발의를 한 과정을 보면, 지난해 10월 서울지방변호사회와 ‘입주자대표회의의 부패 예방 및 적발을 위한 외부업무감사 의무화’ 연구를 진행하고, 12월에 이를 법제화 하기 위한 심포지엄을 개최한 것이 전부라 아파트 비리를 빙자해서 변호사들을 위한 입법을 했다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

개정안 발의의 근거가 된 내용을 살펴보더라도, 경기도가 지난해 감사를 실시한 4617개 아파트 단지 중 55개 단지에서 부적정 관리 사례가 나왔다는 점을 들고 있는데, 이는 감사 대상이 된 아파트의 1.2%에 해당하는 것으로 우리나라 아파트 관리가 상당히 잘 되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 수 없음에도 이것이 왜 변호사들에게 외부 감사를 맡겨야 한다는 근거가 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부적정 사례라고 하는 것도 대부분 법에서나 행정기관이 요구하는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단순 실수이고 범죄에 해당되어 고발된 건 수는 5건에 불과하였다.

또 2015년부터 아파트에 회계사에 의한 외부 회계감사가 의무화 되었지만, 계약과 같은 법률행위에 대한 법적 차원의 감사가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을 들어 개정안을 발의 하였다고 하는데, 이런 식이라면 다음에는 장기수선계획이나 공사 관련하여 기술을 요하는 감사를 위해 건축사나 기술사들도 감사에 참여시켜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공동주택관리법’이 있고, 국가자격자인 ‘주택관리사’를 의무적으로 관리소장으로 배치하고 있으며, 시설관리 중에서도 아파트의 공용부에 대해서는 ‘주택관리업면허’를 취득하게 하고 있는데 이들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회계사든, 변호사든, 기술사든 그것은 아파트의 주인이 필요에 따라서 알아서 활용하면 되는데 법으로 획일화하면 그 비용은 누가 부담할 것인가? 국회의원들의 분별 있는 입법 활동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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