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근로자 업무상 재해 승인율 낮다

아파트 근로자들의 업무상 재해가 증가하고 있으나 산재승인은 극히 미미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전체 산업재해 신청건수 9만4천9백24건이 산재로 승인됐으나 아파트 등 건물관리업 근로자들의 산재승인 건수는 3천6백39건에 불과해 전체 승인 건수의 4%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파트 근로자들의 산재승인율이 이처럼 저조한 이유에 대해 관련 전문가들은 사망 사고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뇌심혈관 질환 등이 과로와 스트레스에 의해 유발됐다는 입증을 하기가 어렵고, 재해 근로자 본인과 유족들이 전문가의 도움없이 기초사실관계 조사도 하지 못한 채 불승인 처분을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아파트 근로자들이 산재승인을 받기 위해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내용은 무엇인지 짚어 봤다.

◈ 건물관리 근로자 재해 현황

한국산업안전공단에 따르면 지난 2002년 말 아파트 등 건물관리업에 종사하는 근로자 가운데 총 2천8백6명이 재해를 입었고, 이 중 1백11명이 사망했다. 재해자 수는 매년 증가추세를 나타내며 98년 대비 0.7배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재해발생 원인을 보면 40.8%(1천1백42명)가 전도로 재해를 입었고, 추락이 13%(3백65명), 작업 관련 뇌심혈관 질병 등 업무상 질병이 8.3%(2백32명) 순으로 조사됐다.
특히 사망자 가운데 뇌졸중, 뇌경색, 뇌출혈, 심근경색 등 뇌심혈관 질환에 의한 사망이 전체의 73%(81명)을 차지하면서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절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 산재로 인정되는 질병

아파트 근로자들의 산재처리의 여부를 놓고 가장 많은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이 바로 뇌혈관 질환과 심장 질환이다.
전도나 추락, 협착 등 업무상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는 업무상 재해의 여부가 명확해 산재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으나 뇌심혈관 질환과 같이 과로나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다고 인정되는 질병에 대해서는 재해발생 전의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에 대해 입증해야만 산재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노무법인 산재의 정유석 공인노무사는 “아파트 경비원이나 기능직원과 같은 감시·단속적 근로자의 경우 24시간 맞교대를 하면서 장기간 생체리듬을 악화시킬 수 있는 특수한 형태로 근무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같은 근무형태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규정한 일상업무(늘 24시간 맞교대로 일한 것은 일상적인 업무에 해당)에 해당하기 때문에 과로나 스트레스로 인해 발병했거나 기존의 질환이 악화되었다는 것을 입증하는 요인이 되지 못해 산재인정을 받기가 매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에는 육체적·정신적 과로와 관련된 질병에 대해 ▲업무수행중 뇌실질뇌출혈, 지주막하출혈, 뇌경색, 고혈압성뇌증, 협심증, 심근경색증, 해리성 대동맥류가 발병되거나 같은 질병으로 인해 사망이 인정되는 경우 ▲업무수행중에 발병되지 않은 경우에는 그 질병의 유발 또는 악화가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음이 시간적·의학적으로 명백한 경우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고 있다.

◈ 과로·스트레스로 인한 질병 유발의 입증

과연 어디까지가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해 발병된 질병인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는 이같이 규정하고 있다.
▲돌발적이고 예측곤란한 정도의 긴장·흥분·공포·놀람 등과 급격한 작업환경의 변화로 근로자에게 현저한 생리적인 변화를 초래한 경우 ▲업무의 양·시간·강도·책임 및 작업환경의 변화 등 업무상 부담이 증가하여 만성적으로 육체적·정신적인 과로를 유발한 경우 ▲업무수행중 뇌실질뇌출혈·지주막하출혈이 발병되거나 같은 질병으로 사망한 원인이 자연발생적으로 악화되었음이 의학적으로 명백하게 증명되지 않은 경우 등이다.
그러나 ‘급격한 작업환경의 변화’는 뇌심혈관 질환의 정상적인 기능에 뚜렷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도의 과중부하시에, ‘만성적인 과로’는 근로자의 업무량과 업무시간이 발병 전 3일 이상 연속적으로 일상업무보다 30% 이상 증가되거나 발병전 1주일 이내에 업무의 양·시간·강도·책임 및 작업환경 등이 일반인이 적응하기 어려운 정도로 바뀐 경우를 말한다.
정유석 노무사는 “발병 3일 이내 연속적으로, 발병 전 1주일 이내 등 법적으로 규정된 정량적인 수준이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평소보다 과중한 업무를 수행하거나 과도하게 스트레스를 받았더라도 주휴일이나 휴가 등을 거친 뒤에 질병이 유발 또는 악화되었거나 사망했을 경우 산재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근로자나 유가족이 기존 질병이 있다는 것을 알리면 산재인정을 못받는 것으로 알고 평소에 고혈압이나 당뇨 등이 있었다는 사실을 숨기는 답답한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며 “기존 질병이 악화되었다는 사실이 입증되면 산재 처리가 훨씬 수월해지므로 근로자는 평소에 건강진단(신체검사, 진료기록) 등을 통해 입증자료를 확보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산재보험의 요양신청이나 유족보상청구를 하기 전에 최초 신청시부터 사실관계를 명확히 파악하는 등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지난해 근로복지공단이 불승인(부지급)한 사건 가운데 5.1%만이, 전체 처분건 가운데는 0.05%만이 취소된 것은 업무상 재해 여부에 대한 공단지사의 최초 불승인(부지급) 결정이 심사 및 재심사청구 단계에서 번복률이 낮다는 점을 입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국아파트노동조합연맹도 지난 18일 열린 노조지부 대표자회의에서 “조합원 가운데 최근 배관용접과 석면제거 작업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질병으로 산재 처리를 신청한 근로자가 발생하는 등 산재 신청 건수가 늘고 있다.”며 “각 아파트별로 근로자들이 업무일지를 작성할 때 최대한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기입하도록 할 것”을 당부했다.

<이현주 기자> yirum@aptn.co.kr

저작권자 © 아파트관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