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칵테일 파티 효과란?

요즘 SNS 커뮤니티에서는 층간소음에 힘들어하는 글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우리 윗집 아이는 거실이 운동장인 줄 알고 마구 뛰어다녀요”, “밤 12시가 넘는 시간까지 가구를 끌고 못 박는 소리가 들려요” 등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많은 사람들이 층간소음에 시달리고 있다.

층간소음이란 공동주택에서 뛰거나 걷는 동작에서 발생하는 소음이나 음향기기를 사용하는 등의 활동에서 발생하는 소음 등을 말하는데, 과거와는 달리 공동주택이 늘어나면서 윗집과 아랫집이 천장과 바닥을 공유하다 보니 소음으로 인한 사소한 다툼이 불씨가 되고, 갈등의 골이 깊어져 폭행, 살인 등 강력 범죄로까지 번지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공동주택의 층간소음 분쟁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더 심각해졌다. 재택근무, 원격수업 등으로 집안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어나 층간소음 갈등이 더 빈번해진 것이다. 층간소음에 대한 문제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도시의 인구밀도가 높아 공동주택 위주로 발달하다 보니 층간소음에 더 많이 노출된 것이다.

층간소음과 관련된 분쟁을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층간소음의 범위와 기준을 마련하고, 지자체에서는 갈등 중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으며, 건설사 또한 다양한 소음저감 방안을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층간소음 분쟁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일부 전문가들조차 갈등이 심해지기 전에 이웃 간 대화로 해결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할 만큼 뾰족한 해결책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층간소음 예방 홍보 포스터를 보면 ‘이웃끼리 반갑게 인사해요’, ‘슬리퍼 착용으로 소음을 줄여요’, ‘층간소음 매트를 활용해요’, ‘혼자가 아닌 다 함께 산다는 걸 기억해요’ 등 이웃 간의 소통과 배려 그리고 이해를 강조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웃 간의 소통은 사소한 말다툼이 큰 싸움을 번지는 것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으며, 윗집에서는 가급적 뛰어다니지 않거나, 평소 슬리퍼를 신고 생활하는 등 아랫집에 대한 배려를 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그렇다면 아랫집에서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1953년 영국 왕립 런던대학교의 인지과학자 콜린 체리는 독특한 실험으로 ‘칵테일 파티효과’라는 이론을 이끌어 냈다. ‘칵테일 파티효과’란 칵테일 파티에서 처럼 여러 사람의 목소리와 잡음이 많은 시끄러운 상황에서도 상대방과의 대화를 무리 없이 하거나, 자신에게 흥미 있는 이야기를 선택적으로 지각해 듣는 현상을 말한다. 이 칵테일 파티효과는 선택적 주의(Selective Attention)와도 연관이 있는데, 선택적 주의란 우리의 뇌가 자신에게 중요한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시끄러운 소음 속에서도 자신의 이름만은 정확하게 들려 반사적으로 고개가 돌아간다거나 시끄러운 지하철 안에서도 자신이 내릴 역의 안내방송은 잘 들리는 현상들을 선택적 주의로 설명할 수 있다.

대부분의 층간소음과 관련된 분쟁은 윗집의 배려 없는 행동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지만 간혹 윗집 소음에 유난히 민감한 아랫집 사람들이 있다. 모든 신경을 곤두세우고 윗집에서 나는 소리에 귀 기울여 말소리, 숨소리까지 다 들린다며 민원을 제기하는 사람들을 더러 볼 수 있다. 한번 집중된 소리가 견딜 수 없는 소음으로 느껴지는 그들의 반응은 칵테일 파티 효과로 이해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윗집 소음이 들릴 때는 텔레비전을 켜거나 볼륨을 올리는 등 주의를 한번 분산시켜 보는 것은 어떨까? 아랫집에서 겪는 층간소음의 고통을 모두 헤아릴 순 없지만 우리의 마음가짐이 층간소음으로부터 벗어나는 지혜로운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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