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에 국회의원회관에서 박상혁 의원 주최로 ‘공동주택 장수명화와 관리비의 효율적 운영방안’이란 제목의 세미나가 개최되었다. 혼자서 다루고자 하는 주제가 광범위하여 집중력이 떨어질 우려는 있었지만 발제를 맡은 한국주택관리연구원의 강은택 연구위원이 발표한 내용 가운데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는 대목은 장수명화, 즉 장기수선에 관련된 부분이다.

강 연구위원은 장기수선제도 개선 방안의 첫 번째로 ‘장기수선제도 수시조정 요건 완화’를 들었으며 구체적인 개선 방안으로, 시설상태가 양호한 경우 수선주기 연장은 ‘입주자대표회의 의결’로 수시조정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제안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현실적으로 신속히 검토해 볼 가치가 있다고 판단된다.

우선 관련법을 살펴보면, 공동주택관리법 제29조(장기수선계획) 제2항에서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주체는 장기수선계획을 3년마다 검토하고, 필요한 경우 이를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조정하도록 하고 있으며, 제3항에서는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주체는 관리여건상 필요하여 전체 ‘입주자’(공동주택관리법에서 입주자는 소유자를 말한다) 과반수의 서면동의를 받은 경우에는 3년이 지나기 전에 장기수선계획을 조정할 수 있다고 되어있다.

앞서 언급한 법 제29조 제2항에서 위임한 국토교통부령을 보면, 시행규칙 제7조 제2항에서 장기수선계획의 조정은 관리주체가 조정안을 작성하고, 입주자대표회의가 의결하는 방법으로 한다고 정하고 있다. 즉, 3년마다하는 장기수선계획의 정기조정은 입주자대표회의 의결로 가능한 반면, 수시조정은 공동주택의 소유자의 과반수 동의로 할 수 있게 되어있어 세입자가 절반을 차지하는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불가능하게 느껴진다. 또한 공동주택의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원이 소유자와 사용자들의 투표로 선출된 동별 대표자로 구성되는 점을 고려하면 정기조정과 수시조정의 의결 요건이 앞뒤가 맞지 않는 점도 분명 있어 보인다.

문제는 공동주택관리법에서 장기수선계획에 따라 정해진 기한 내에 주요시설을 교체하거나 보수하지 아니한 자에 대해서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장기수선계획에 문제가 있거나 집행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생겼을 경우에도 수시조정이 사실상 불가능함에 따라 무리를 해서라도 장기수선 공사를 집행을 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현장에서는 이를 악용해 공사업자들이나 그들과 결탁한 세력들이 입주자대표회장을 압박해 공사를 강행하는 수단으로도 활용되며, 경우에 따라서는 공사업자가 일부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원과 짜고 장기수선계획 조정에 공사를 반영해 둠으로써 그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원이 바뀌더라도 공사를 강제하게 만드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고 한다.

아파트 관련 비리는 장기수선계획에 의한 공사에서 비롯되는 것이 많으며 금액도 크다. 이 문제는 이번 세미나를 주관한 대한주택관리사협회는 물론, 소비자 단체인 전국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연합회와 사업자 단체인 한국주택관리협회 모두가 공감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는 사항인 만큼 하루속히 법 개정을 통한 적절한 대응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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