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책임범위 명확히 해 합리적으로 운영해야

공동주택의 관리는 자치관리와 위탁관리로 나뉜다.
이중 위탁관리는 공동주택의 전문적·효율적인 관리의 필요성에 따라 전문업체에 아파트 관리를 맡기는 제도로 발전, 시행돼 오고 있다.
그러나 위탁관리제도는 전문적·효율적인 관리라는 본래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일부 관리업체의 영세성과 대표회의와 관리주체간 업무범위가 명확하지 못하는 등 제도 자체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로 인해 일부 위탁관리 아파트에서는 관리계약 해지나 미체결, 사고 발생에 대한 책임 여부를 놓고 대표회의와 관리업체간에 분쟁이 심화돼 결국 법원의 판단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아파트에서 자주 발생하는 위탁관리 관련 분쟁과 판결례를 알아보고 이같은 분쟁을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보자.

▶ 위탁관리 임의적 해지 가능
아파트 위탁관리계약의 중도해지 문제와 관련해 분쟁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위탁관리계약은 민법상 위임계약이므로 대표회의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한 것은 정당하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부산고등법원은 지난해 11월 관리업체인 (주)H사가 부산시 M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관리회사와 대표회의 사이의 법률관계는 민법상의 위임관계와 같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계약은 민법 중 위임에 관한 규정이 적용된다.”며 “민법에는 ‘위임계약은 각 당사자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으므로 이 계약의 당사자인 대표회의는 이 계약을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어 적법하게 해지됐다.”는 결정을 내렸다.<사건번호 2003라89>
의정부지법도 지난해 12월 “위임계약은 원래 해지의 자유가 인정돼 쌍방 누구나 정당한 이유 없이도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다.”며 “다만 불리한 시기에 부득이한 사유 없이 해지한 경우에 한해 상대방에게 그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질 뿐이다.”라는 판결(2002가합8756, 항소심 계류중)을 내렸다.
또한 위탁관리계약 체결 후라도 입주민 과반수 동의를 받지 못했다면 위탁관리계약 중도해지는 정당하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울산지법 2003가단17506>.

▶ 위탁관리 재계약 관련 분쟁
위탁관리 재계약을 놓고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업체간 분쟁이 발생해 법원의 판단을 받고 있다.
대전지법은 지난해 6월 “대표회의가 위·수탁관리계약에 명시된 날짜를 넘겨 위탁관리 갱신거절 통지를 관리업체에 보냈더라도 이미 수차에 걸쳐 계약해지를 통보했다면 계약 종료는 정당하다.”는 결정을 내렸다.<사건번호 2003카합511>
또한 서울북부지법은 “위탁관리계약은 대인적 신뢰관계를 기초로 하는 위임계약이므로 관리계약상에 자동기간연장 약정이 있더라도 입주민들민의 동의를 얻어 해지할 수 있다.”는 판결(2002카합1243)을 내렸다.
이와 함께 위탁관리계약서에 계약갱신 거절시 관리업체에 서면으로 통보토록 규정돼 있었더라도 서면통보 의무를 면제할 권한이 있는 관리업체 관계자에게 구두로 통보한 위탁관리 계약갱신 거절의사는 유효하다는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서울북부지법 2003가합4178>

▶ 동의과정 문제 이유로 관리계약 미체결 ‘정당’
관리계약의 미체결을 둘러싼 분쟁에 대해 재판부는 대표회의의 계약 미체결 사유 등을 중시해 판결을 내리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관리업체인 D사가 대전시 H아파트 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관리업체가 입찰절차에 따라 낙찰자로 선정돼 입주민 과반수 서면동의를 받았더라도 미성년자로부터 동의를 받는 등 서면동의 과정의 문제를 이유로 대표회의가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것은 정당하다.”며 대표회의의 손을 들어줬다.<2003다36867>
또한 수원지법 안산지원은 지난 2001년 2월 “위탁관리업체 선정시 입주민들의 의견이 우선돼야 한다.”는 판결(99가소78295)을 내리기도 했다.
이와 함께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4월 “입주민들로부터 불신임 받은 대표회의와 체결한 관리업체 선정 및 계약은 무효이므로 관리업체는 관리계약상의 용역비를 청구할 수 없다는 판결(2002가합78128, 항소심 계류중)을 내렸다.
그러나 적법한 위탁계약이 이중으로 체결된 경우 현재 관리를 맡고 있는 업체에 우선 순위가 있다는 판결(서울고법 96나37895)이 나오기도 했다.
이밖에 타업체의 위수탁관리 계약서를 위조해 아파트 관리업체 선정입찰에 참가한 관리업체 대표이사에게 법원이 유죄를 선고하기도 했다.<대구지법 2003고정328>

▶ 손해배상 책임도 잇따라
관리업체가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피해를 줬다면 배상책임이 있다는 판결도 잇따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97년 11월 성남시 E아파트 대표회의가 S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대표회의와 관리회사는 민법상의 위임관계와 같으므로 관리회사로서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관리업무를 수행해야 한다.”며 “관리회사는 전기요금 산정방식과 관련해 어떤 방식이 입주민들에게 유리한지 검토해 그 내용을 대표회의에게 알려줄 의무가 있으므로 이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 입주민들이 손해를 입었다면 이를 배상해야 된다.”며 대표회의의 손을 들어줬다.<96다22365>
이 판결은 대표회의와 관리업체간이 민법상의 위임관계라고 해석, 이후 판례로 활용되며 관리업체에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강조하고 경각심을 일깨워 줬다.
또한 대법원은 관리업체가 아파트 화재보험을 이중 가입해 손해를 입혔다면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2002다74664>
그러나 서울중앙지법은 오수정화조 약품지출, 공동수도료 과다 부과 등으로 인해 입주민들이 손해를 입었다며 대표회의가 업체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관리업체의 고의, 과실로 발생한 것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면 관리업체에 책임이 없다.”는 판결(2000나6826)을 내렸다.
이밖에 서울중앙지법은 “위탁관리 기간 동안 적립된 직원들의 각종 충당금을 포함한 인건비는 관리업체에 귀속돼야 한다.”고 밝혔다.<2003나19861>

▶ 해결방법은 없나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위탁관리 관련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우선 아파트에서는 대표회의와 관리업체간에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위탁관리계약을 체결해 합리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표회의와 관리업체는 관리계약 체결시 업무범위를 명확히 구분해 상호 견제와 균형이 이뤄지도록 하고, 업무와 책임 범위 등에 대해 계약서에 세부적인 사항까지 포함해 분쟁이 생길 소지를 최소화해야 한다.
또한 관리업체도 관리소장과 협력해 합리적인 관리 업무가 이뤄지도록 노력하는 등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아울러 대표회의나 관리업체에서 관리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할 수는 있지만 부득이한 사유가 아니라면 손해배상 책임이 따르므로 이를 남발해서는 안 된다.
관련 전문가들은 “분쟁시 대화를 통해 적정한 타협점을 찾도록 노력해 최대한 빨리 수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자체에서도 분쟁조정위원회 등을 통해 이같은 분쟁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전문가들은 “위탁관리 관련 분쟁은 위탁관리제도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풀기 어렵다.”며 “주택관리업자에 대한 등록기준 강화, 적정 위탁관리수수료 지급, 아파트 관리소장의 신분보장, 명확한 업무범위 구분 등을 통해 위탁관리제도의 본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황태준 기자> nicetj@ap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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