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관리라는 기술적인 측면에서 볼 때 공동주택관리가 다른 건축물들의 관리에 비해 특별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공동주택보다 더 복잡하거나 고도화된 시설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공동주택관리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오히려 의사결정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그러한 의사결정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국가에서 법을 만들고, 법으로 정해지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당사자들이 관리규약을 만들어 대응한다. 또한 입주자대표회의를 구성하여 법과 관리규약의 테두리 안에서 관리에 관한 의사결정을 하도록 위임하고 있으며 주요 사항에 대해서는 주민투표의 방식으로 전체 입주민의 의사를 묻고 있다.

그러한 전체 입주민의 의사결정을 묻는 주민투표에 전자적 방식이 도입된 것은 2015년 8월 공동주택관리법 제정 당시부터였으니 제도적으로 과히 늦었다고 볼 수는 없다. 특히 2021년 4월에는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을 통해서 ‘공동주택의 관리와 관련한 의사결정에 대하여 전자적 방법을 우선적으로 이용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공동주택관리법 제22조 제2항)고 한 발 더 나아가 전자적 방법을 적극 권하고 있다. 이렇게 하는 것은 비용을 줄이면서도 입주민들의 직접 참여를 유도하자는 매우 긍정적인 취지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제도와 더불어 지난 3년간 코로나 팬데믹 상황을 겪으면서 비대면 전자투표 방식이 많이 활성화 되었다.

정부 차원의 지원도 있어 보인다. 국토교통부가 주관하는 중앙공동주택관리지원센터가 제공하는 ‘아파트e투표’가 2018년 12월부터 서비스를 하고 있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개발한 생활선거 온라인투표 시스템으로 ‘케이보팅(K-Voting)’이 있어 민간 영역에서는 아파트 입주자대표 선거, 회사, 조합, 대학교 학생회 선거에서 많이 쓰였다고 한다.

그러나 ‘케이보팅’은 민간 온라인투표 시장에서 2021년 10월 1일부터 서비스가 종료되어 아쉬움이 있는데, 이는 민간 영역에서는 가급적 민간 기업 간 경쟁을 통한 소프트웨어 산업발전을 취지로 하는 소프트웨어 진흥법에 따른 것이다. 그래서인지 전자투표 기능을 기본으로 탑재한 아파트와 관련된 민간 앱(App)들이 최근 1~2년간 부쩍 늘었고 아파트를 상대로 한 마케팅도 치열하다.

그러나, 법적인 타당성이 뒷받침 된다 하더라도 전자투표 방식은 짚어 봐야 할 점이 많다. 우선은 어플리케이션 그 자체의 신뢰성 문제다. 누가 검증을 하고 누가 보증을 할 것인가가 분명하지 않다. 다음은 과연 공정한 것인가 하는 점인데 예를 들면 입주민 간에 ‘디지털 디바이드’(정보격차)가 없어야 할 것이다. 전자투표 시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라면 그 과정에서 개인정보 침해 문제가 야기될 수도 있고, 비밀투표원칙도 지켜지기 어려울 수 있다.

민간 영역의 아파트 관리문제에 정부가 제도적으로 관여한 이상 그에 상응하는 지원책이 필요하다. 앞에서 언급한 제반 문제에 대한 보완책을 만들어 지원하고 예견되는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서 공동주택에 있어 전자투표 운영에 대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실태조사를 제안하는 바이다. 그간 정부나 국회에서 빈번한 공동주택관련 제도 개선안을 지켜 보면서 느꼈던 아쉬움이 실상에 대한 정확한 조사와 전문가들이 참여한 연구가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는 점이었는데 그러한 우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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