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으로 법과 제도가 만들어지는 것은 사회 구성원들이 그 필요성에 공감하기 때문일 것이지만, 한 번 만들어진 법은 모든 사람과 상황에 예외 없이 동일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법의 오남용을 막기 위해서는 수학에서 ‘최대공약수’를 찾는 자세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어떤 경우나 상황, 누구에게 적용하더라도 부작용이 생기지 않을 만큼 꼭 필요한 부분만을 찾아서 법제화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공동주택관리법의 존재 자체는 단지형의 대규모 아파트가 많은 우리나라의 주거 특성을 고려할 때 필요성이 인정되고 긍정적인 측면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헌법에 소유권이 보장된 개인 소유의 아파트의 관리문제라는 사적인 영역에서 국가가 법으로 정하는 부분이라 개인의 다양성을 훼손하지 않는 수준에서 철저한 ‘최대공약수’ 찾기가 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공동주택관리법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생긴 비현실적인 조항은 방치한 채, 빈번한 개정을 통해 계속 강화되어 사적자치가 우선되어야 할 영역에서 지나치게 세부적인 문제까지 국가법으로 정하고 있다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그로 인한 부작용으로 개인소유의 민간 아파트 관리에 있어 다양성과 자율성이 훼손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법을 빙자한 행정기관의 획일적이고 과다한 관여가 오히려 비효율과 분쟁을 유발하고 있으며, 입주민대표에 대한 불신과 주민 자치 관리규약에 대한 경시 풍조 등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과도한 입법과 행정행위가 일반 국민들에게 큰 거부감없이 받아 들여지고 있는 것도 사실인데, 그 중요한 이유가 공동주택 관리와 관련된 비리 문제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크기 때문이라 안타깝기만 하다. 법과 제도가 비리와 안전 등 사고에 따른 대책의 일환으로 전체적인 이해없이 그때그때 수시로 만들어지면 십중팔구, 모두 규제로 이어지는데 문제는 그런 경우, 그 부작용과 그로 인해 훼손되는 가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근 서울의 모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서 일어난 공사 관련 입찰 비리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와 국토교통부의 발표가 있었다. 공사 등 아파트 발주 입찰에 담합한 사업자들을 제재하고 입찰담합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는 것이 골자이다. (본지 7월 25일자 1면 참조)

부정과 비리는 사회 어디를 막론하고 적발되고 척결되어야 할 것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그것을 빌미로 제도를 개선하는 문제에 있어서 적발한 사정당국이나 행정기관이 단순히 규제 형식의 해법을 제시하는 일에 대해서는 매우 신중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벼농사를 짓는 논에 잡초와 병충해가 많이 생긴다고 제초제와 살충제를 남발했을 때 생기는 부작용을 생각하면 된다. 토지와 품종을 개량하고 영양분을 공급하여 건강한 벼가 자라 병충해를 이기도록 하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비리가 나올 때마다 건건이 비리의 적발과 예방제도를 강화하는 작업을 반복하는 규제 형식의 제도 개선보다 관련 전문가들의 거시적인 참여와 연구를 통해 우리나라 공동주택관리가 선진화 될 수 있는 종합적인 법제도의 개선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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