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8일 부평의 A아파트에서 관리소장에 대한 주민의 폭언과 폭행에 의한 상해 사건이 발생하였다. 가해자는 이전에도 관리직원들에게 수차례 폭언, 욕설 등을 하여 고소된 전력이 있다는 것을 보면 이러한 갑질은 지속적이고 상습적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 영향인지 이 단지는 최근 2년 6개월 동안 6명의 관리소장이 교체되었다고 한다. 한편 2년 전에는 백주대낮에 여러 명이 보고있는 관리사무소에서 여성 관리소장이 주민대표에 의해 살해당하는 끔찍한 일도 있었는데, 이런 극단적 경우 외에도 일부 주민들의 지나친 주인의식에 따른 갑질들로 이제 아파트 관리종사자도 감정노동자라는 표현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많은 것이 허용되지만, 물리적인 폭력뿐만 아니라 ‘갑질’ 등 정신적인 폭력을 포함하여 어떤 폭력도 용납되지 않는다. 민주주의는 다양한 생각 차이를 객관적인 ‘의견’과 적절한 ‘절차’로 해결하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우리 국민들이 보기에는 혼란스러운 면이 많지만 좌, 우 진영이 여러 번 국민들에 의해 자율적으로 교체되었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도 물리적 폭력이 없었다는 점에서 세계적으로 정치 선진국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한다.

이렇듯 폭력은 반드시 근절되어야 하지만, 극히 일부 주민대표들의 갑질, 관리비리 등이 지나치게 사회적으로 이슈화되면서 갈수록 주민들이 그들을 불신하고, 관리업무를 비리에 온상으로 인식하여 참여를 꺼리게 만드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은 1만 8천단지이며, 500세대 이상 단지가 8천여개, 770만 세대에 달한다. 장기수선계획에 의한 관리는 개선점이 많아 보이지만, 일상적인 관리에 있어서 만큼은 이렇게 엄청난 규모의 공동주택이 세계에서 가장 저렴하면서도 투명하고, 높은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는 것은 사회적 관심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대부분의 주민대표들과 관리소장들이 묵묵히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고 주민들이 그들을 신뢰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동소유, 공용시설, 공동체활동 등 공공적인 요소로 오해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만 공동주택은 여전히 사유재산이고 그 모든 의사결정의 주체는 주민이다. 주민들의 직접 의결이 이상적이겠지만 공동주택의 관리에는 많은 전문지식이 필요하며 안건을 이해하고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 수백명이 복잡한 사안 하나하나를 직접 검토하여 의결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에 대표를 선출하고, 선출된 대표들을 통하여 의사결정을 하는 간접 의사결정 체계를 갖추고 있다.

따라서, 다수의 선량한 주민들이 관리에 관심을 가지고 대표 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며, 관리소장, 관리주체와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단지 상황에 적합한 의사결정을 함으로써 공동주택의 관리가 공동주거문화의 발전에 기여하게 되는 것이다. 자칫 이러한 일부 주민의 갑질이나 폭행, 비리 문제들이 지나치게 부각되어 선량한 주민들의 관리업무 참여를 위축시키거나,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주택관리업자 선정시 계약의 내용까지 주민의 과반수 동의 받기’ 등과 같이 현실적으로 훨씬 더 큰 문제의 소지가 있는 규제가 남발되는 빌미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저작권자 © 아파트관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