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법

[아파트관리신문=조혜정 기자] 문서에 입주자대표회장 직인이 날인돼 있어도 이름이 기재돼 있지 않으면 사문서의 형식과 외관을 갖추지 않았으므로 자격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부산지방법원(판사 임수정)은 부산 부산진구 A아파트 입대의 회장이었던 B씨가 임기가 끝난 후 대표회장 명의로 문서를 작성한 다음 직인을 날인해 자격모용사문서작성·자격모용작성사문서행사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것과 관련해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B씨는 2020년 4월 1일부터 같은 해 11월 5일까지 A아파트 입대의 회장을 역임했다. 이후 같은 해 11월 8일 행사할 목적으로 권한 없이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 명의로 ‘입주민 공고를 통해서 관리이사 C씨가 회장 직무대행으로 선출됐다는 선관위원장 명의의 공고는 불법임을 밝혀 드립니다…입주자대표회장 직무대리는 신임 회장 선출 시까지 총무이사 D씨가 맡게 됨을 알려드립니다’라는 내용의 문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감사를 시켜 위 아파트 입주자대표회 장 직인을 위 문서에 날인하고 아파트에 게시하도록 해 행사할 목적으로 타인의 자격을 모용해 사실증명에 관한 문서를 작성하고 이를 행사했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자격모용에 의한 문서작성죄는 자격모용자인 피고가 타인의 대리자격 내지 대표자격을 사칭해 피고 자신의 명의를 문서에 기재할 때 성립됨’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사건 공고문의 경우 B씨가 이 사건 입대의의 대표 또는 대리임이 문서 자체의 형식과 외관을 통해 파악돼야 하는데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라고만 기재돼 있고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회장의 직인’이 날인돼 있을 뿐 B씨의 이름은 전혀 기재돼 있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B씨가 이 사건 입주자대표회의의 회장이 아님에도 입주자대표회의의 회장 자격을 모용해 공고문을 작성했다고 인식될 수 없는 이상 설령 공소사실을 모두 B씨가 한 것으로 인정한다고 해도 ‘동일성의 기망’이 아닌 ‘자격의 기망’인 자격모용사문서작성죄와 자격모용작성사문서행사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한편 재판부는 검찰이 작성자와 작성명의인이 불일치하는 ‘동일성의 기망’에 의한 사문서위조죄와 위조사문서행사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공소장을 변경할 경우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재판부는 B씨가 A아파트 관리규약과 관련해 국민신문고에 질문한 ‘입대의가 아닌 선관위에서 선출한 입대의 이사들에 대한 선임 결의의 유효성 여부’에 대해 ‘입대의 이사를 입대의가 아닌 선관위에서 자체적으로 선출했다면 공주법 시행령 제12조 위반이므로 위법한 임원선출’이라는 취지의 답변을 받은 점을 인정했다. 

그리고 ‘임기만료되거나 사임한 비법인사단의 이사가 선임 이사 선임 시까지 직무를 계속 수행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해 대법원 판결(2007. 6. 15 선고 2007다6307)의 취지에 따라 후임으로 새 회장이 적법하게 선출될 때까지 대표회장으로서의 권한이 남아있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는 주장 등에 비춰 B씨가 A아파트에서 다른 아파트로 이사한 후 B씨와 감사 4명이 이 사건 공고문의 작성·게시에 관여했다는 사정만으로 사문서위조죄 및 위조사문서행사죄의 공동정범으로도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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