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위탁관리업체 선정을 위해 경쟁입찰 또는 수의계약을 할 때 전체 입주자 등의 과반수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이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본지 2022년 6월 6일자 및 13일자 1면 관련기사 참조)

박성민 의원(울산 중구)이 대표발의 한 이 개정법안에 따르면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을 위탁관리하는 경우 계약의 중요사항에 대해 전체 입주자 등의 과반수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는데, 경쟁입찰 시에는 입찰의 종류 및 방법, 낙찰 방법, 참가자격 제한 등이, 수의계약 시에는 계약 상대자 선정, 계약 조건 등이 동의 받아야 할 내용에 포함된다.

박 의원은 ‘지금의 선정 방식은 입주자 참여 없이 입주자대표회의가 법령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선정하는 구조이므로 그 과정에서 비리가 발생할 소지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고 법안 개정의 배경을 설명하고 이번 개정을 통해 입주자대표회의의 비리는 줄고 궁극적으로 아파트 관리 서비스 만족도가 크게 제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로 인해 오히려 새로운 분쟁이 증가하고 결과적으로 관리업무의 효율성과 서비스의 질 저하가 우려된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이번 개정안에 대해 공동주택관리와 관련된 주요 이해관계자라고 할 수 있는 (사)전국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연합회, (사)한국주택관리협회, 대한주택관리사협회 모두가 반대를 분명히 하고 있는 입장으로 확인되고 있어 법 개정 과정의 절차에 있어서도 문제가 많아 보인다. 본지가 확인해 본 결과, 국토교통부로부터 3개 단체에 의견 조회는 있었다고 하나 이해관계자인 3개 단체 모두 반대의견을 낸 사항에 대해서 변변한 공청회 한 번 없이 법안 개정이 이루어졌다는 점에 모두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무부서인 주택건설공급과 강태석 과장은 3개 단체가 모두 반대하는지는 몰랐다고 해명했다고 하며, 국회의 최시억 수석전문위원은 박성민 의원 개정안에 사실상 동의하는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박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대의 민주주의 제도와 사유재산에 대한 사적 자치 제도를 무시한 것에 있다. 우선 사유재산의 관리 문제인데다, 객관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공동주택관리법이 있고 그것도 미흡하다고 하면 관리규약을 통해 주민들이 얼마든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사항에 대해서 다수의 의견을 무시하고 입법을 통해서 획일화 시킨다는 것은 ‘입법 폭거’라 할 것이다.

본지는 지난 5월 16일자 사설을 통해서도 소관 상임위가 아니거나 평소에는 공동주택관리에 관심도 없던 국회의원들이 소수의 지역 민원인들의 요구에 의해 공동주택관리법에 관한 전문적인 검토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수렴없이 법안 개정을 남발하는 사례에 대해 그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는데 이번 사안도 역시 같은 문제점을 안고 있어 매우 유감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에게 ‘사적자치’의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관리규약’에 대해서 더 공부하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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