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특약, 선언적 내용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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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아파트 재건축조합과 단지 내 상가 조합원들이 아파트 주차장을 상가와 공용으로 사용하기로 한 특약은 재건축조합에 법적 의무를 발생시킨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최근 서울 강남구 A아파트 상가 조합원 2명이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하 재건축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의 원고 패소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돌려보냈다.

재건축조합은 A아파트와 단지 내 상가건물에 대해 주택재건축정비사업을 시행했는데 상가 조합원 2명은 재건축조합을 상대로 사업의 관리처분계획을 취소하라는 소를 제기했다.

재건축조합과 상가 조합원들은 법원이 제시한 조정권고안을 기초로 장래 신축될 아파트의 단지 내 상가 중 일부 점포에 관해 상가 조합원들의 수분양권을 인정하는 합의를 했다. 합의 당시 상가 조합원들과 재건축조합은 ‘상가용 지하주차장은 지정댓수와 상관없이 아파트용 주차장을 공용으로 사용하기로 한다’고 특약했다. 이후 상가 조합원들은 행정소송을 취하했다.

신축된 아파트 주차장은 아파트와 상가 대지 지하에 설치됐는데 입주 이후 입주자대표회의는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차단기를 설치하고 입대의의 방침에 따르는 상가 입주자와 그 상가의 고객 차량만 주차장에 주차할 수 있도록 통제했다.

이에 상가 조합원들은 특약 위반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라며 재건축조합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2심 법원은 “이 사건 특약은 원고들이 아파트 주차장을 제한 없이 사용하겠다는 선언적 내용에 불과하고 특약만으로는 원고들의 주차장 사용을 위해 피고가 적극적으로 구체적인 조치를 실행해야 할 의무가 발생한다고 해석할 수 없다”고 봤다.

이어 “설령 특약에 따른다고 해도 피고가 완공 후 아파트 주차장의 사용·관리에 관한 사항을 정할 권한이 없고 입대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면서 특약은 원시적 이행불능에 해당해 무효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러한 2심 판단을 뒤집어 상가 조합원들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이 사건 특약은 ‘피고가 원고들이 주차장 이용차량수에 관해 아무런 제한을 받지 않고서 아파트 주차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약정한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며 “피고는 특약에 따른 의무를 부담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상가 입주자인 원고들이 이용차량수의 제한을 받지 않고 아파트 주차장을 이용하는 것이 법률상 불가능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민법은 계약의 내용이 된 채무를 이행하는 것이 계약 당시부터 불가능한 것인지 여부에 따라 법적 효과를 달리 정하고 있다. 채무 이행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절대적·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경우만이 아니라 사회생활상 경험칙이나 관념에 비춰 볼 때 채권자가 채무자의 이행 실현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도 포함된다는 대법원 판례(2020. 12. 10. 선고)가 있다.

이를 근거로 대법원은 입대의가 구성된 이후 재건축조합이 아파트 주차장의 사용·관리에 관한 권한을 갖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 특약이 사회생활상 경험칙이나 거래상 관념에 비춰 이행실현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이에 따라 “원심판결에는 법률행위 해석과 원시적 불능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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