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길익 주택관리사
조길익 주택관리사

지금껏 잘 버텨왔다고 생각했다. 코로나로 움츠러든 지 벌써 3년째 접어들고 있으니 말이다. 최근 경리와 서무가 한꺼번에 확진되면서 같은 공간에서 일했던 나는 그들과 밀접접촉을 피하며, 방역수칙을 잘 지킨 덕에 가까스로 코로나 폭탄을 피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신규확진자가 연일 사십여만 명씩 쏟아지는 대유행에 걸리지 않고는 배겨낼 재간이 없었다.

열이 나고, 몸이 뻐근하더니 온몸에 피로감이 밀려왔다. 무엇보다도 목이 붓더니 침도 삼킬 수 없을 만큼 따갑고 아팠다. 그동안 꿋꿋하게 이겨냈던 코로나를 오미크론이라는 몹쓸 녀석한테 강타당하고 만 것이다.

관리사무소장으로서 직원들에게 늘 코로나에 걸리지 않게 조심하라고 했었건만, 체면을 구기고 만 셈이다. 관리사무소 업무를 총괄 지휘·감독하는 소장이 걸리면 안 된다는 생각에 무척이나 몸가짐을 조심했었는데 딱 걸리고 말았다.

재택근무를 해보니 업무에 별다른 큰 어려움은 없었다. IT 강국답게 정보통신이라는 매체가 업무를 파악하고 처리하는데 빠르고도 정확하게 도와줬기 때문이다. 간단한 내용은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주고받으며 해결했고, 좀 더 복잡한 업무는 전자우편을 통해 속속 배달돼왔다. 스마트폰과 집에 있는 노트북 컴퓨터가 업무를 매끄럽게 처리하는데 한몫한 것이다.

거기에는 우리 단지의 온라인커뮤니티와 본사 그룹웨어를 통한 전자결재 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었던 터라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사무실에서 일하듯이 읽기·쓰기가 가능했기 때문에 업무를 부담 없이 처리할 수 있었다.

전자결재 시스템 또한 경리 부서에서 올린 결재서류를 집에서 확인해 승인할 수 있었는데, 붙임 문서도 꼼꼼하게 확인하며 처리할 수 있었기에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느낀 점을 제언하자면 이제 우리 관리사무소에도 종이 대신 전자문서로 대신하면 어떨까 싶다. 탄소중립이라는 세계적인 흐름에 걸맞게 종이 사용량을 조금이라도 줄여보자는 취지다. 잘 알다시피 종이는 적어도 30년 이상 자란 나무를 베어 만드는 것인데, 시름시름 앓고 있는 우리 지구를 더는 방치하지 말자는 얘기다.

사실 탄소중립은 대의명분에 가깝고, 실질적으로 우리 관리사무소 업무에 적용하면 좋은 점이 많을 거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잦은 이직으로 인해 직원이 바뀔 때마다 시설물 정비 이력 찾기에 어려움이 많았었지만(직원의 머릿속에 저장돼 있으므로 담당 직원의 퇴사와 동시에 이력이 소멸됨), 사진과 함께 시설물 유지보수 이력(결재자, 시설물명, 보수날짜, 보수회사, 보수비용 등)들을 전자문서에 보관해두면 누구든지 쉽게 확인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덧붙이자면 앞서 언급한 온라인커뮤니티와 전자결재 시스템이 재택근무에서 커다란 힘을 발휘했듯이 전자문서 또한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재택근무를 해보니 시설 이력이 필요한데 집에서는 찾을 수 없어 난감했던 적이 있었다.

물론 불편함도 따르기 마련이다. 그동안 익숙해졌던 종이 문서를 하루아침에 없애기에는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자문서라는 환경에 조금씩 다가가다 보면 차츰 익숙해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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