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잦은 민원에 심경 표출한 것일 뿐”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대법원 제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오피스텔 입주자대표회장에게 ‘소장이 업무를 소홀히 한다’고 말해 명예훼손 혐의를 받은 인천시 A아파트 관리소장 B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A아파트 입주민 C씨는 2015년까지 A아파트 관리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한 주택관리업체의 대표자고 2019년에는 인천시 D오피스텔에서 관리소장으로 일하고 있었다.

B씨에 대한 공소사실은 2019년 5월 D오피스텔 입주자대표회장에게 “여기 소장인 C는 낮에 근무하면서 경매를 받으러 다닌다. 구청에 사적으로 일보러 다닌다”고 말해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C씨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다.

원심은 “B씨의 발언은 C씨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내용이고 B씨에게 명예훼손의 고의도 인정되며 발언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을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고 못 박았다.

대법원에 따르면 B씨는 평소 C씨가 과다한 민원을 제기해 아파트 관리업무를 방해한다고 생각하던 차에 C씨의 민원으로 과태료를 부과받게 되자 다른 입주민으로부터 ‘D오피스텔에서 C씨를 본 적이 있는데 그곳 세탁소를 찾아가면 모든 것을 알 수 있다’는 말을 듣고 A아파트 입대의 총무 등과 함께 세탁소를 방문했다.

B씨는 세탁소에서 D오피스텔 입대의 회장을 만나게 되자 이 회장에게 ‘소장이 업무를 소홀히 한다’고 발언했다.

B씨는 재판에서 “C씨가 대표자로 있는 주택관리업체가 A아파트 관리업무를 하던 중 계약이 해지되자 C씨는 다른 업체가 A아파트 관리업무를 하지 못하도록 과도하게 민원을 제기해 소장이 자주 교체되도록 하는 등 관리업무를 방해해 왔고 이에 발언을 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송 중이던 2019년 11월에는 ‘B씨가 시간외수당 등을 부당 수령했고 C씨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벌금형을 선고받는 등 취업규칙을 위반했다’는 내용의 B씨에 대한 근로계약해지 동의서가 입주민들에게 회람돼 C씨를 포함한 일부가 서명했다. B씨는 C씨가 소장 교체를 위해 근로계약해지 동의서를 작성·유포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사정을 토대로 대법원은 “이 사건 발언의 취지는 ‘C씨가 근무시간에 자리를 비우고 사적인 일을 처리하는 등 관리소장의 업무를 소홀히 한다’는 것으로서 이 발언이 C씨를 불쾌하게 할 내용을 포함한다고 여겨질 수는 있으나 이를 넘어서 사회통념상 C씨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저하시키는 데 충분한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피고인이 C씨의 명예를 훼손한다는 고의를 갖고 발언을 했다기보다는 C씨에 대해 파악하기 위해 세탁소를 방문해 대화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대화 상대가 D오피스텔 입대의 회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주택관리업체를 운영하는 C씨가 개인적 이익을 위해 구청 등을 자주 방문해 과도하게 민원을 제기해 관리업무를 방해해 왔고 소장인 저에게까지 과태료가 부과되는 상황이 부당하고 억울하다’는 심경을 표출하는 과정에서 발언에 이르렀다”고 봤다.

이에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명예훼손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 오해가 있다고 보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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