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법 판결

대표자 지위 분쟁 중
추후 관리비 낼 생각으로
보관 목적 계좌 개설
소장 직인 사용 권한은 없어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오피스텔 소유자대표회의 대표자 지위를 둔 분쟁 중에 분쟁 당사자로부터 대표자로 선출된 이가 관리소장 직인을 부정사용해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으나 2심에서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제주지방법원 제1형사부(재판장 노현미 부장판사)는 사인부정사용 혐의로 기소된 제주시 A오피스텔 구분소유자 B씨의 항소심에서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 형을 내린 1심 판결을 파기하고 “B씨에 대한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1심 판결에 대한 B씨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을 배척하는 한편 양형부당 주장은 받아들여 이 같은 판결을 내렸다.

B씨는 자신만의 관리비 계좌를 임의로 개설하면서 관리소장 직인을 부정사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B씨는 2017년 5월 31일경 A오피스텔의 전임 소유자대표회의 회장을 주장하던 C씨에 의해 대표자로 선출된 사람으로, 당시는 오피스텔 대표자 지위와 관련해, C씨 및 C씨의 대표자 지위를 부정하며 별도의 2017년 5월 3일자 소유자대표회의로 적법하게 대표자로 선출됐다고 주장하는 D씨 등 사이에 분쟁이 있었다.

또 제주지방법원은 2017년 5월 18일 C씨에 대한 대표자지위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C씨는 A오피스텔의 구분소유자가 아니므로 대표자 회장으로 선출될 자격이 없다’는 취지의 1심 판결을 선고했고, 이에 B씨는 위 판결에 대해 오피스텔 대표자 자격으로 항소했으나, 2017년 11월 8일 B씨의 대표자 지위가 없다는 이유로 항소가 각하됐다.

B씨는 위와 같이 A오피스텔의 대표자 지위 관련 쟁송이 계속되던 중인 2017년 10월 12일경 D씨 측에 의해 임명된 오피스텔 관리사무소에 관리비를 계속 납입하지 않아 관리사무소로부터 단수, 단전 등의 경고를 받자, 오피스텔 관리비 입금 계좌와 별도로 자신만의 관리비 계좌를 임의로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이후 E은행에서 ‘A오피스텔 F호 관리비’ 명의로 저축예금 통장을 개설하면서 권한 없이 미리 소지하고 있던 A오피스텔 관리소장 직인을 위 통장의 ‘인감 및 서명’란에 날인했다.

이에 대해 B씨는 “사건 당시 관리소장이 사실상 공석과 다름없는 상태라고 인식했고, 오피스텔 관리소장 명의의 직인을 사용할 정당한 권한 및 필요성이 있다고 인식했으므로, 본인이 당시 관리소장 명의의 직인을 사용한 것은 부정사용에 해당하지 않거나, 적어도 본인에게 부정사용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설령 사인부정사용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이후 정당한 절차에 따라 임명된 관리소장에게 관리비를 납부하기 위해 본인이 납부할 관리비를 보관할 목적으로 직인을 사용한 것이므로, 이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오피스텔 관리소장이 아닌 이상 피고인 B씨가 ‘관리소장’ 명의의 직인을 사용할 권한은 없었던 점 등에 비춰 피고인 B씨의 주장을 배척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되고, 거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손해·이익 발생 없어 감형

재판부는 “이 사건 당시 현실적으로 G씨가 A오피스텔의 유일한 관리소장으로 근무하며 오피스텔 관리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던 상황에서 피고인이 A오피스텔 대표자 회장 지위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에게 A오피스텔 관리소장 명의의 직인을 사용할 권한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더구나 A오피스텔 소유자대표회의의 대표자 지위와 관련한 소송에서 2017년 5월 18일 ‘C씨가 A오피스텔 소유자대표회의 층별대표 및 대표자 회장의 지위에 있지 않음을 확인한다’는 내용의 1심 판결이 선고됐으므로, C씨에 의해 실시된 보궐선거에서 층별대표로 선출되고, 위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층별대표들이 함께 포함돼 구성된 소유자대표회의에서 대표자 회장으로 선출된 피고인으로서는 이 사건 당시 자신이 오피스텔 소유자대표회의 층별대표 및 대표자 회장의 지위에 있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는 “피고인이 이 사건 당시 오피스텔 대표자 지위에 관한 분쟁이 있어 피고인의 대표자 지위를 부정하고 자신이 적법한 대표자 지위에 있다고 주장하는 D씨 측이 관리하는 계좌에 관리비를 납부하지 않고, 이를 보관해 두려는 목적으로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직인을 부정사용해 임의로 계좌를 개설한 행위가 그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법익 사이의 균형성, 긴급성,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췄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이를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관리소장 직인을 부정사용한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보면서도 다만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는 점, 이 사건 범행으로 오피스텔에 특별히 손해가 발생하지는 않았고 B씨도 별다른 이득을 얻지 않은 점 등에 비춰, “원심의 형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판단된다”며 “B씨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으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4개월의 선고를 유예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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