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자로서 선거, 중립성·공정성 반하지 않아

서울북부지법 결정

서울북부지방법원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아파트 선거관리위원이 입주자대표회장 해임절차 진행요청을 한 것은 선거의 중립성, 공정성을 해친 것이 아니라는 법원 결정이 나왔다. 법원은 선거관리위원도 입주자로서 해임 발의를 할 수 있다고 봤다.

서울북부지방법원 제1민사부(재판장 김현룡 부장판사)는 최근 해임된 서울 성북구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 B씨가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회장 지위존재확인 가처분 신청사건에서 기각 결정을 내렸다.

A아파트 입주자 10명은 지난해 6월 선출된 대표회장 B씨에 대해 각종 의혹을 제기하면서 지난 4월부터 해임서명을 받기 시작했고 입주자 등 10분의 1의 서명을 받아 아파트 선거관리위원회에 B씨에 대한 해임절차 진행을 요청했다. 이 입주자 10명에는 선거관리위원 3명이 포함돼 있었다.

해임사유는 급수배관공사 결의조건을 위반한 계약체결과 공문서 위조 등이다.

선관위는 지난 5월 B씨에 대한 회장 해임절차를 진행하기로 의결하고 해임투표를 진행, 입주자 등 총 680여명 중 170명이 투표해 찬성 132명으로 투표결과가 집계됐다.

그 후 선관위는 B씨의 해임이 가결됐음을 확인하고 해임투표 결과를 공고했다.

이에 B씨는 “선거관리위원 중 한명이 사퇴했음에도 사퇴한 자가 해임투표에 관한 선거관리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위법하고 선거관리위원은 선거와 관련해 중립을 취해 선거의 공정성을 기해야 함에도 해임절차 진행요청의 대표발의자로 참여하는 등 중립성, 공정성을 해쳤다”며 해임절차상 하자, 해임사유 부존재를 이유로 가처분 신청을 했다.

우선 선거관리위원 중립성 위반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B씨에 대한 해임절차 진행요청의 대표발의자 10명 중 3명이 선거관리위원인 사실이 소명되기는 하나, 이와 같은 사실만으로 해임투표에 선거관리위원이 중립성, 공정성을 위반한 절차상 하자가 있어 해임투표가 무효가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A아파트 관리규약에 따르면 대표회장 해임절차는 ①입주자 등의 1/10 이상 서면동의 또는 대표회의 구성원 과반수 찬성에 의한 해임절차 진행요청 및 선관위의 해임절차 개시 ②선관위의 해임 대상자에 대한 소명자료 제출 기간 부여 및 해임사유와 소명자료 공고 ③해임투표 진행 ④해임투표 결과에 따른 해임결정 공고 순서로 진행된다.

재판부는 “해임절차 진행단계 중 선관위원으로서의 중립성과 공정성이 강하게 요구되는 부분은 2, 3단계”라며 “1단계는 객관적 증거자료가 첨부된 해임절차의 진행요청이 있는 이상 선관위로서는 해임사유의 존부 등 실체판단 없이 해임절차를 진행할 의무를 부담하므로 재량이 개입될 여지가 적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선관위원이 1단계의 해임절차 진행요청에 참여했다고 해 그 자체로 선관위원으로서의 중립성과 공정성에 위배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특히 “관리규약상 선관위원의 해임절차 진행요청 자격을 제한하는 규정을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대표회장의 관리규약 위반, 관리비 횡령 등 해임사유가 발생한 경우 선관위원을 포함한 입주자 누구나 해임절차 진행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할 공적인 필요성이 크다”며 “관리규약에서 ‘선관위원이 임원 선거 시 특정후보의 당선을 위한 선거운동을 한 경우’를 선관위원 해촉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것과 달리, ‘선관위원 임원에 대한 해임절차 진행을 요청한 경우’를 별도의 해촉사유로 규정하고 있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못 박았다.

아울러 “선거 절차에 하자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선거가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고 그로 인해 선거의 자유와 공정을 현저히 침해하고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돼야 한다”며 “이 사건 해임투표는 관리규약에 따른 절차를 모두 거쳤고 전체 입주자 등의 24.85%가 해임에 찬성했으므로 선관위원들이 해임절차 진행요청에 참여했다는 것이 선거의 자유와 공정을 침해해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이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선거 절차에 하자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선거가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고 그로 인해 선거의 자유와 공정을 현저히 침해하고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돼야 한다”며 “이 사건 해임투표는 관리규약에 따른 절차를 모두 거쳤고 전체 입주자 등의 24.85%가 해임에 찬성했으므로 선관위원들이 해임절차 진행요청에 참여했다는 것이 선거의 자유와 공정을 침해해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이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B씨의 ‘선관위원 자격을 상실한 자가 선관위 회의에 참석했다’는 주장에 당사자가 관리소장에게 사퇴서를 건넸으나 적법하게 철회했으므로 선관위원 자격이 존재한다고 서술했다.

또 해임사유 부존재 주장에도 “해임사유가 관리규약에서 해임사유에 해당하지 않음이 명백하거나 해임결정에 중대한 위법이 있지 않은 한 입주민들의 의사가 반영된 해임결정은 가급적 존중돼야 한다”며 “B씨가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B씨에 대한 해임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언급했다.

이 사건에서 입주자대표회의 측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우리로 주규환 변호사는 “이 사건의 쟁점은 입주자대표회장 해임 발의를 함에 있어 일부 선관위원이 대표회장 해임 발의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이 선거의 중립성에 위반되는 것이 아닌지 여부”라며 “법원은 선관위원 일부가 선거관리위원회에 해임요청을 하는 과정에서 회장 해임 명단에 이름을 올렸더라도, 선관위원도 입주자 입장에서 충분히 이름을 올릴 수 있는 것이므로 선거의 중립성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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